4년만에 원유 레버리지·곱버스 무더기 상장…'동전주' 대안 될까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2.04.1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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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4년 반만에 원유 레버리지·곱버스 신상품이 대거 상장한다. 동전주로 전락한 기존 원유 투자 상품의 변동성을 줄이고 투자자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차원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17~18개 정도의 원유 ETN(상장지수증권) 상품이 이달말 상장을 목표로 상장 심사가 진행 중이다. 대부분은 WTI(서부텍사스유) 가격 일일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와 역으로 2배를 추종하는 인버스 레버리지(일명 곱버스) ETN이다.



기존에 원유 상품을 내 놓은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을 비롯해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등 ETN 발행사 대부분이 이번에 대거 원유 신상품을 준비 중이다.

원유 레버리지·곱버스 ETN 신규 상장은 2017년9월 이후 약 4년7개월만이다. 원유 상품에 대한 투자 수요는 상당했지만 2020년4월 유가 폭락 사태로 원유 레버리지 ETN의 가격 변동성이 커지자 이후 거래소는 자체적으로 원유 관련 레버리지 상품의 출시를 막아왔다.



이번에 4년여만에 원유 투자 상품을 대거 출시한 이유도 아이러니 하게도 변동성 때문이다. 2년 전에는 원유 레버리지 ETN이 폭락하면서 문제였는데 이번엔 원유 곱버스 ETN이 문제가 됐다. 유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곱버스 상품의 가격은 100원 단위로 떨어졌다.

투자 상품의 가격이 낮아질수록 변동성은 커진다. '싸다'는 인식때문에 투자 수요가 몰리는 것도 있지만 ETN이나 ETF(상장지수펀드)의 경우 최소 호가단위(틱)가 5원이기 때문에 동전주가 되면 호가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성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동전주 ETN의 변동성을 제가하기 위해선 크게 2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ETN을 병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틱 단위를 1원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2가지 방법 모두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카드다. 금융당국이 2년 전 추진했던 ETN 병합은 법무부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틱 단위를 1원으로 조정하는 방안은 LP(유동성 공급자)의 호가 유지 부담이나 거래량 폭증으로 인한 서버 부하 우려 등으로 실행하기 어렵다는 게 거래소의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동전주가 된 ETN의 변동성을 그나마 줄이는 방안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정상적인 상품을 출시하는 것 외에는 없다"며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지만 투자 수요를 일부 분산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ETN이 상장할 때는 시작 가격이 1만원이지만 이번에 상장하는 원유 레버리지·곱버스는 2만원부터 시작한다. '변동성 끌림 현상'(변동성이 커지면서 장기적으로 상품 가치가 점차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레버리지·곱버스 상품의 특성을 고려해 시작 가격을 높게 잡았다.

통상 10년인 ETN 만기도 이번 상품은 3~5년으로 줄였다. 레버리지·곱버스는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상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상장 규모는 상품당 100억~200억원이다. 20개 가까운 원유 ETN이 일괄 상장하면 시장에는 총 3000억~4000억원 가량의 상품 유동성이 공급되는 셈이다.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원유 레버리지·곱버스 ETN 7종의 지표가치총액이 약 2조4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도 넓어질 전망이다. 그동안에는 원유 관련 상품에 투자하고 싶어도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대부분 동전주 수준으로 가치가 떨어진 상태여서 투자 위험이 높았다. 이번에 상장하는 신상품은 최소한 동전주 수준의 변동성은 없다는 점에서 기존 상품보다 상대적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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