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김지영 디자인기자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8인치 웨이퍼의 수요 급등으로 국내 반도체 제조 업체가 잇단 실적 호황을 기록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은 지난해 순이익 1976억원을 거둬 전년 933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DB하이텍도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전년 대비 66.8% 증가한 399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언택트'(비대면) 흐름이 대세가 되면서 게이밍족이 늘어난 점도 8인치 웨이퍼 수요를 증가시켰다. DDI와 이미지센서, PMIC(파워반도체) 등 게이밍 노트북·PC에 주로 사용되는 부품은 8인치 웨이퍼에서도 생산이 가능하다.
8인치용 장비 수급이 어려운 점도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8인치 웨이퍼 자체가 고부가가치 생산에 적합하지 않은데다 수익성도 낮고 사용처도 제한돼 있다"라며 "최근의 수요 급등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다면 섣불리 큰 돈을 들여 투자를 확대하다가 손실을 입을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 흐름 자체가 12인치로 넘어간 상태여서 8인치용 장비는 구하기도 힘들다"라고 했다.
국내 유일의 웨이퍼 전문 제조기업인 SK실트론은 전체 제품 생산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8인치 웨이퍼 생산량을 늘리지 않을 계획이다. SK실트론 관계자는 "8인치 웨이퍼 생산량을 늘리거나 장비 구입에 추가 투자할 계획은 현재 없다"라며 "8인치 웨이퍼는 크기 때문에 초미세 공정 적용이 어려워 미래수익에 한계가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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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장비 증설 대신 8인치 장비를 갖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인수가 대안이 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8인치(200㎜) 웨이퍼 팹 운영기업인 키파운드리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키파운드리는 12인치 웨이퍼 팹과 첨단제품 공정기술이 없는 대신 월 9만장 내외의 8인치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갖췄다. 이번 인수로 SK하이닉스의 웨이퍼 생산 능력은 최대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