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부동산 규제 되돌리기 "큰코 다치기 일쑤다"

머니투데이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2022.04.04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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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2분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현장을 찾아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3.25/뉴스1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2분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현장을 찾아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3.25/뉴스1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당장 내놓을 부동산 정책은 대략 예상 가능하다. 인수위도 밝힌 것처럼 윤 당선인의 공약 중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동의없이도 시행령 개정으로 할 수 있는 조치들과 민주당도 동의하고 있는 법 개정 등이 우선 대상이 될 것이다. 추려 보면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 재건축 규제, 대출 규제 손질, 양도세 및 보유세 완화 등이다.

재건축 추진의 첫 단계인 '안전진단 규제 완화'는 재건축 규제 3종 세트(안전진단,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중 유일하게 법 개정 없이 할 수 있는 조치다.



문재인 정부도 서울 도심에 재건축과 재개발 외에 물량을 공급할 대안이 없음을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재건축 규제를 그렇게 강화했던 이유는 불난 집값에 기름 붓는 격이기 때문이다. 집값은 안전진단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뛰고, 재건축조합이 설립되면 또 뛰고, 각종 인가를 통과할 때마다 계단식으로 오른다.

윤석열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을 풀어줘도 실제 입주는 빨라야 다음 정부 말기에나 가능하다. 공급은 다음 정부에, 집값은 현 정부에서 뛴다. 문재인 정부는 그것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아직 규제를 풀지도 않았는데 이미 재건축 가능 아파트들의 집값은 뛰고 있다. 대선 전까지 하락하던 강남4구 아파트값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안전진단을 풀어주면 상승세는 더 확산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 미스매치를 관리할 수 있을까. 집값 상승의 비난을 견딜 수 있을까. '당선되면 일주일 내에 재건축 규제를 풀 수 있다"고 큰소리 쳤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후 처음한 조치가 규제 완화가 아니라 규제 강화였던 이유가 있다.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도 법 개정없이 가능하다. 당선인은 LTV(담보인정비율)를 지역과 상관없이 70%로 단일화하고 생애최초주택구입시에는 80%까지 허용하겠다고 공약했다.

LTV의 일부 완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원칙을 건드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DSR은 갚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빌리라는 의미다. 충분히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를 빌려줘도 상관없다. 하지만 연간 소득이 10억원인 사람이 4억원을 갚는 것과 5000만원 버는 사람이 2000만원을 빚갚는데 쓰는 것은 다르다. 고금리 대출만이 '약탈적 대출'이 아니다. 갚을 능력 이상으로 빌려주는 것도 '약탈적 대출'이다. DSR 원칙이 무너지면 집값도, 가계대출도 놓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세금에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배제와 보유세 부담 완화가 공약이다. 인수위는 이미 '양도세 중과 1년 배제'를 발표했다. 현 정부가 바로 시행하지 않는다면 새 정부 출범 다음날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혼란스런 시장에 빠르게, 확실한 시그널을 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양도세 중과는 실패한 정책이다. 정부는 양도세 중과가 무서워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들은 '누더기 양도세'에 반발하며 버텼다. 납세자가 인정하지 않는 세금, 정부가 진 것이다. 결국 매물을 잠그는 부작용만 낳았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풀 때 고려해야 할 문제는 '그 돈이 어디로 가느냐'다. 집 팔라고 양도세 중과를 배제해 줬더니 세금 혜택만 받고 또 주택을 사들여 다시 다주택자가 되면 도루묵이다. 부동산으로 돈 벌어본 사람들은 다시 부동산으로 온다고들 한다. 대출 풀고 양도세 깎아주고 보유세까지 줄여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윤 당선인은 "시장 생리를 외면한 조치들이 집값의 엄청난 상승을 부채질했다"며 시장기능에 역행하는 조치들을 되돌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모두 되돌리는 것이 '정상화'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그때의 부동산 시장은 모두 정상이었던가. "쉽게 접근했다가 큰코 다치기 일쑤일 것이다." 윤 당선인이 한 말이다.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사진=인트라넷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사진=인트라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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