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동산만 남고, GTX는 사라졌다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22.03.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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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 C, D, E, F까지였다. 그 다음이 사라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얘기다. GTX 공약은 서울 도심 반경 70㎞를 넘는 춘천까지 노선을 연장하는 것부터 수도권 순환선인 '노선 F' 신설까지 대선 기간 연일 떠들썩 했다가 정작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꾸려진 후에는 쏙 들어갔다. 주택 공급과 규제 완화 등 부동산 관련 논의가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것과 대조적이다.

비단 GTX 뿐만이 아니다. 윤 당선인과 인수위의 검토 우선순위에서 GTX를 포함해 철도, 도로, 항공 등 교통 부분은 빠진 것처럼 보인다. 지난주 국토교통부 인수위 업무보고에서도 이 같은 측면이 드러났다. 두 시간여 동안 진행된 업무보고 시간은 대부분 250만호 주택공급 계획, 재건축 등 시장규제 완화 등 부동산 공약에 할애됐다. 교통 관련 논의는 사실상 입도 뻥끗 못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통 분야가 포함된 인수위 경제2분과에 교통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전문·실무위원 21명은 부동산·주택, IT(정보통신) 분야별 전문가로 채워졌다. 하지만 주택공급과 교통은 한묶음이다. 아파트는 지어졌는데 교통수단이 없어서 입주민들이 교통대란을 겪는 현장을 수차례 봐 왔다. 정부가 그동안 신도시 발표와 교통대책을 함께 냈지만 예정된 시기에 개통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윤 당선인은 대선 당시 100여개가 넘는 교통 관련을 공약을 쏟아냈다. 지역 주민들의 눈이 집중되는 수도권 GTX 연장·신설, 부·울·경 등 지방대도시권 GTX 도입, 경인·경부·경원선 철도 및 고속도로 지하화 등이다. 항공 분야에서도 가덕도 신공항 조기추진,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추진 등이 담겼다.



인수위 기간은 앞으로 국정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시기다. 다양한 교통 공약과 복잡한 현안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이를 제대로 짚어낼 전문가가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떨쳐지지 않는다. 오는 6월 지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교통 인프라 공약들이 쏟아질텐데 혼란만 커질 수 있다. 때를 놓치기 전에 GTX를 6개 노선으로 늘리는 게 타당한 지, 철도·도로 지하화하는 실현 가능한 지 등 되짚어보고, 인수위 차원에서 '교통 정리'에 나서야 한다.
이민하 기자 /사진=이민하이민하 기자 /사진=이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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