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젠 에너지·자원 안보의 시대"

머니투데이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2022.03.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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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 공급망과 불확실성'

최근 세계 에너지 시장의 상황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두 개의 키워드다. 그간 안정적으로 유지됐던 국제 에너지 공급망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은 탄소중립으로 거대한 변화에 직면했다. 또한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은 세계 경제와 에너지 시장을 휘청이게 만들었다.

러시아,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한 자원무기화 현상은 국제 에너지 공급망을 뒤흔들었으며 이 와중에 기상이변도 악영향을 미쳤다. 작년 북해의 풍량 감소에 따른 유럽의 전력난, 올해 호주의 이상 폭우에 따른 유연탄 생산 감소 등으로 에너지 가격은 요동쳤다.



국제 정세의 급변 속에서 에너지 공급망에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단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다. 세계 석유 생산량의 12%, 가스 생산량의 17%를 차지하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의 충격은 급등한 에너지 가격이 대변하고 있다.

두바이유는 2014년도 이후 처음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해 127.9달러까지 기록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TTF)는 72.5달러, 호주 유연탄 가격은 427.5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광물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 가격이 두 배 이상 급등하며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현재까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우리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국내 자원수급 및 가격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기·가스요금 인상 및 물가 상승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이 외에도 항공업계와 해운업계의 물류비 상승과 함께 원자재 수급난으로 인해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상승과 수출 악화는 가계소비 위축, 기업투자 감소 등 금융·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며 우리경제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 에너지 수요의 93%, 광물 수요의 95%를 해외에 의존하는 자원빈국이다. 자원은 세계 10위권인 우리나라 경제가 더욱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대비해야 할 아킬레스건인 셈이다. 국제 에너지 공급망이 크게 흔들리는 지금 그 어느 때 보다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가 중요한 이유이다.


정부는 보다 선제적이고 종합적이며 탄력적인 새로운 자원안보 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회와 협력해 '국가자원안보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우선 특별법 제정을 통해 기존의 사후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자원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기경보체계를 구축하고 자원안보위원회·자원안보센터 등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신설할 계획이다. 자원수급 및 가격안정을 위한 안전망으로서 비축물량 확대, 수입선 다변화 등 평시 및 비상 시 국가 위기대응 역량을 제고하고 에너지 공급망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굳건한 에너지 동맹 강화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강점인 기술과 제조능력을 활용해 자원부국과 공동의 이익을 토대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 설립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배터리 공장 투자나 지난 3월 호주 연방총리가 발표한 '2022 핵심광물 전략'상 6대 중요 협력국에 우리나라가 포함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늘날 국가 간에 분쟁과 갈등 발생 시 군사적 수단을 제외하고, 가장 강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은 에너지·자원 거래를 끊는 것이다. 이에 세계 각국은 에너지 안보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1월 인도네시아는 유연탄 수출을 금지하였고 멕시코는 2023년부터 원유 수출을 전면 중단할 예정이다. 프랑스는 원전 확대를 선언했고, EU는 천연가스의 탈러시아를 모색 중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신냉전체제의 확산 속에서 우리나라가 맞닥뜨릴 에너지·자원 위기도 계속될 것이다. 현재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 공급망 재편에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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