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가격은 모든 것에 우선한다

머니투데이 이종우 경제평론가 2022.03.29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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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경제 평론가이종우 경제 평론가


지난해 11월 누가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는지에 관한 국민인식 조사가 있었다. 정부, 정치권, 투기수요에 이어 언론이 4위를 차지했다. 부동산 보도가 시장안정에 기여하느냐는 평가에 59%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국민의 3분의2 정도가 언론이 집값안정에 해를 끼친다고 본 것이다.

부동산 관련 보도 중 가장 큰 문제점으로 서울 강남3구 위주 보도를 꼽았다. 너무 자극적이라는 것이다. 대선이 끝나고 한 주 만에 압구정동 아파트가 5억원이 뛰었다느니, 반포에 있는 아크로리버파크가 한꺼번에 12억원이 올랐다느니 하는 기사가 나왔다. 실제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방에서 이 기사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한 주 동안 가격 상승분이 자기 집값보다 크기 때문이다.



'꿈틀대는 부동산 시장, 재건축 호가 뛰고 매물은 줄어.' '윤석열 시대, 화색 도는 부동산 시장.' '수천만 원씩 뛰는 1기 신도시 호가.'

대선이 끝나자마자 여러 신문을 장식한 기사의 제목들이다. 당장 집을 사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은 기세다. 지난 5년간 집값상승을 비난한 논조는 모두 어디로 가고 하루아침에 태도가 이렇게 바뀔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비슷한 일이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에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니 집값이 오를 일만 남았다는 말이 당시 중론이었다. 그해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주택버블 때문에 위기가 발생해 대부분 주요국에서 집값이 크게 떨어졌지만 우리는 잠깐 내려갔다가 곧바로 고점을 회복했다. 기대가 시장왜곡 현상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2년간 고점에서 밀고 당기고를 거듭했는데 집값이 오를 걸 기대한 사람들이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까지 몰려다니면서 빚을 냈다. 정작 국내 주택가격이 떨어진 건 해외 부동산이 회복국면에 들어간 2011년부터였다. 정책을 믿고 기다렸지만 시장이 호응해주지 않자 뒤늦게 매물이 터져나온 건데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가 고점에서 30% 넘게 떨어졌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부동산 가격이 정말 오를까.

집값을 움직이는 요인 중 영향력이 가장 큰 게 가격이다. 집값이 비싸면 어떤 호재를 디밀어도 가격이 올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책도 예외가 아니다. 부동산 가격 조정기에 집권한 이명박정부가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스무 번 가까이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 게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4분기부터 수도권의 주택가격 상승세가 주춤하다. 지난 2월에는 몇 년 만에 가격이 떨어지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세금부담 확대, 금리인상, 대출규제 때문에 집값이 조용해졌다고 얘기한다. 맞는 말이지만 더 큰 역할을 한 것은 가격이다. 주택가격이 문제가 된 2018년 이후 유사한 정책이 수없이 나왔지만 잡지 못하다 이번에 효과를 본 것은 높은 집값으로 사람들이 매수를 회피했기 때문이다. '가격은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월가의 격언은 부동산에도 적용된다. 언론의 보도에 귀 기울이기보다 가격의 적정성 여부를 따지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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