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산업통상'과 '외교통상'

머니투데이 김태황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2022.03.28 05:30
글자크기
국제통상으로 먹고산다는 나라에서 통상이 안 보인다.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통상 과제는 100번째 '보호무역주의 대응과 전략적 경제협력 강화'가 유일하다.

경제안보를 주창하는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로 동맹국과 대러 경제제재 동참에 혼선을 빚었다. 외교부의 모호한 신중론을 해명하느라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으로 달려갔다. 대통령 당선인 공약집에도 글로벌 공급망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디지털 통상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원론적 선언만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6, 7위 상품 수출국의 통상강국이 맞는가?



미국 무역대표부가 이달 1일 발표한 '2022-2026 전략계획'은 핵심 임무로 무역정책의 중심에 근로자를 둔다고 명시했다. 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통상체계와 대외 압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중 패권의 전선은 미국·EU(유럽연합)와 중국·러시아로 확대됐다. 곡물류·천연가스·원유·주요 광물 등의 수출입 규제와 가격 상승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새로운 불확실성으로 폭발하고 있다. EU는 지난해 미국과 기술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통상기술위원회(TTC)를 출범했다. 내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가동해 수입을 규제한다. 일본과 호주는 각각 미국과 디지털 통상협정을 체결했다.



각국은 유럽전쟁도 막아야 하고 통상전쟁의 불길도 잡아야 한다. 이 와중에 우리 외교부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10년전 빼앗긴 통상조직을 되찾겠다는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곳간을 지켜야 하는데 밥그릇 싸움에 치중하고 있다.

'산업통상'과 '외교통상'은 정부 조직 이름만큼이나 기능적이다. 글로벌 통상환경, 교섭의 대상과 목적, 협상 방식에 따라 효과적인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관건은 통상역량이다. 핵심 원자재를 조달하고 복합적인 무역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수급망을 통찰하고 교역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는 실무형 통상 인력과 조직을 갖춰야 한다. 통상조직이 주체가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산업과 외교 분야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는 주객전도의 양상이 당황스럽다.


산업계 수요자 중심의 통상정책과 조직 구성은 최우선적인 필수요건이다. 경제가 안보다. 산업이 국가 경쟁력이고 통상의 동력이다. 산업은 국민의 생업이다. 대외 교섭력의 우열을 좌우하는 것은 의전과 표현력이 아니라 경제와 산업 흐름에 대한 설득력이다.

최근 국내 산업정책과 무역정책의 상호보완성은 확연하게 강화됐다. 미국은 국내 일자리 창출을 대외 무역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상무부에 따르면 1990년 전 세계 반도체 공급의 40%를 차지했던 미국 생산량이 현재 12% 수준으로 하락했다. 520억달러의 투자를 촉진하는 초당적 혁신법의 통과를 서두르면서 대외 반도체 통상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새 정부의 통상정책과 체계에는 통상강국의 정체성과 가치관이 드러나야 한다. 전략적 모호성을 극복하고 '전략적 자율성'을 구축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산업과 통상을 챙겨야 한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무역구제학회 회장)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무역구제학회 회장)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