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 앓던 노동자, 재래식 화장실서 쓰러져…"업무상 재해"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2.03.2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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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디자이너 /사진=이지혜이지혜 디자이너 /사진=이지혜


만성질환이 있던 노동자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가 화장실 사용 도중 사망한 경우 업무상 재해라고 볼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김국현)는 A씨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던 A씨는 2019년 공사현장의 재래식 이동화장실 바닥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발견 직후 발견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부검을 진행한 결과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파악됐다.

A씨는 2018년 1년 동안 건설 일용직으로 근무하다가 3개월을 쉰 뒤 다시 현장에 나왔다. 사망하기 전 열흘 동안은 연속으로 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공사 현장에서 철골자재 인양 작업 보조, 자재 정리 업무 등을 맡았다.



근로복지공단은 고인에게 과도한 업무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유족들은 2020년 11월 이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가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했다고 보고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만성심장질환이 있던 고인은 육체적으로 가볍지 않은 업무를 3개월 쉰 후 10개월 연속으로 하면서 사망 전 짧은 기간, 근무시간·강도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근무시간에 화장실을 이용하던 중 '발살바'(Valsalva) 효과와 비좁은 공간이 영향을 미쳐 심장질환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비좁은 화장실 공간과 악취가 고인을 직접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볼 수는 없어도 관상동맥 파열 등에 악화인자가 될 수 있다는 감정의 소견도 고려했다"고 했다. 발살바 효과는 숨을 참고 갑자기 힘을 줄 때 순간적으로 체내 압력이 급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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