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다 날렸다" 악마의 니켈 곱버스 '상폐'...휴지조각됐다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홍순빈 기자 2022.03.1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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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 다 날렸다" 악마의 니켈 곱버스 '상폐'...휴지조각됐다


"니켈(nickel) 곱버스에서 내 주식 인생 첫 상폐(상장폐지)를 경험하게 됐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네이버 종목 게시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니켈값이 폭등하면서 니켈 곱버스 ETN(상장지수증권)이 결국 상장폐지된다. 사상 초유의 글로벌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국내 파생상품 시장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하며 국내 1호 상장폐지·원금전액손실 ETN이 나왔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신증권이 발행한 대신 인버스 2X 니켈선물 ETN(H) (850원 ▼585 -40.77%)이 오는 21일 상장폐지된다. 지난 7일 ETN의 기초지수(S&P GSCI Nickel 2X Inverse TR) 종가 지수값이 0이 되면서 이 상품의 지표가치가 0이 됐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돌려받을 수 있는 원금도 전액 손실됐다.

이 상품은 니켈 선물 가격에 거꾸로 2배 베팅하는 일명 '곱버스' ETN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 7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 선물 가격이 66.25% 폭등하자 이와 거꾸로 2배 움직이는 이 상품의 기초지수는 -100% 추락하며 0이 됐다. 기초지수가 0이 되면서 해당 ETN의 지표가치도 0이 됐고 투자자 원금 회복도 불가능해졌다.



지표가치란 ETN 1증권당 실질가치로 투자자가 만기 보유시까지 발행사로부터 상환받을 금액을 의미한다. 지표가치가 0이 됐다는 것은 더 이상 증권으로서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하루 만에 ETF(상장지수펀드)나 ETN의 기초자산이 되는 지수나 원자재 가격이 50% 이상 오르는 일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초유의 사건으로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이같은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

니켈 선물 가격이 67.22%% 오른 이튿날 8일에는 니켈 선물이 추가로 111% 폭등하면서 런던금속거래소는 1985년 이후 처음으로 니켈 거래를 중단하고 당일 체결된 거래를 모두 취소하는 초유의 조치를 취했다. 그만큼 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니켈 가격의 변동성은 역대 최대 수준이었고 글로벌 파생 상품 시장도 이에 따라 미친듯 요동쳤다.


러시아 전쟁발 원자재 폭등장으로 결국 대신 인버스 2X 니켈선물 ETN(H)는 기초자산의 변동성으로 상장폐지되는 국내 1호 상폐 ETN이 됐다. 이 상품의 거래정지 직전 시가총액은 17억원, 지표가치총액은 25억6500만원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국내에서 ETN 상품의 기초지수값이 0으로 끝난 것은 처음"이라며 "2020년에 괴리율이 과도하게 발생해 거래 정지된 경우가 있었지만 기초지수값이 0이 된 사례는 이번이 국내에서 첫 번째"라고 설명했다.

원자재는 투자 상품 중에서도 '투기성'이 매우 강하며 이를 2배 추종하는 ETN은 초고위험 파생상품에 해당된다. 원자재 중에서도 변동성이 큰 것은 은(silver)으로 '악마의 은'이라 불리는데 이번에는 니켈이 은의 변동성을 넘어섰다.

원유선물 ETN 등 원자재 파생상품에 주로 투자하는 조모씨는 "2년 전 원유ETN으로 상장폐지 직전까지 몰렸는데 결국 유가가 회복되며 원유ETN이 살아났다"며 "원유 ETN에서도 발생하지 않았던 상장폐지 사건이 니켈에서 발생한 것은 매우 놀랍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국제유가 급락으로 원유선물 레버리지 ETN의 괴리율이 1000% 가까이 치솟으면서 원유 관련 ETN 종목 다수는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그 때 논란이 됐던 원유선물 레버리지 ETN은 기초지수 가격이 종가 기준 0원을 기록하진 않았다. 해당 종목들은 아슬아슬하게 상폐를 면한 뒤 지금도 거래 중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니켈은 역사적으로 변동성이 높지 않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특수성으로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폭증했다"며 "국내에서는 첫 ETN 상폐지만 3배짜리 레버리지 ETF·ETN이 거래되는 해외 증시에서는 기초자산이 33% 이상 움직이며 지표가치가 0원이 된 상폐 사례가 종종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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