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돌봤는데…"불지른 매형, 장애인 남동생 3명과 숨진듯"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2.03.1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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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10시47분께 김제시 신풍동의 한 단독주택에서 불이 났다.(전북소방본부 제공)2022.3.17/(C) 뉴스1지난 16일 오후 10시47분께 김제시 신풍동의 한 단독주택에서 불이 났다.(전북소방본부 제공)2022.3.17/(C) 뉴스1


전북 김제의 한 단독 주택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일가족 5명 중 4명이 숨졌다.

17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47분쯤 김제시 신풍동 한 단독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70대 A씨와 A씨의 처남들인 50대 남성 3명 등 모두 4명이 숨졌다.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는 이미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다른 3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A씨의 처남 3명은 거동이 어려운 장애인이어서 미처 참변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주방에 있던 A씨의 아내 B씨는 '펑'하는 굉음에 놀라 밖으로 대피해 다치지 않았다.

A씨 부부와 B씨의 남동생들은 2006년부터 이 집에서 함께 지낸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거동이 어려운 남동생들을 보살피기 위해 오래전부터 살던 동네에 집을 새로 지었다고 한다. 이들과 함께 살던 B씨의 아버지는 몇 년 전 세상을 떠났다.



한 이웃 주민은 뉴스1에 "누나가 남동생들을 잘 보살피는 것으로 보였다. 일주일에 한 두 번은 바람을 쐐주는지 차에 태워 나가는 모습을 종종 봤다"며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가끔 장애인센터에서 차량이 와 이들을 태우는 것만 봤을 뿐 어릴 적부터 장애가 있던 3형제는 밖에 나오지 않아 얼굴을 보기 어려웠다"고 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평소에도 '다 죽이고 나도 죽으면 된다'는 식의 말을 자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신변을 비관해 집 안에 불을 질렀을 가능성을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11시쯤 현장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경찰은 화재 현장에 휘발유통이 있었다는 목격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오전 전북 김제시 신풍동의 한 화재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이 합동 화재감식을 벌이고 있다.2022.3.17/(C) 뉴스1 이지선기자17일 오전 전북 김제시 신풍동의 한 화재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이 합동 화재감식을 벌이고 있다.2022.3.17/(C) 뉴스1 이지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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