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추이/그래픽=이호연 디자인기자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LTV(주택담보대출비율)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생애 최초 주택구매 가구의 LTV 상한을 80%로 높여 청년, 신혼부부 등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 골자다. 또 실수요자의 주거 상향 이동을 위해 첫 주택구매가 아니더라도 지역에 상관 없이 LTV 상한을 70%로 단일화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집에 담았다. 현재 수도권에선 대부분 40% 수준이다.
또 다른 공약인 '과도한 예대금리차(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것) 해소'도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효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공약에 따라 예대금리차를 투명하게 공시할 경우 은행 등 금융사가 대출 가산금리를 '눈치껏'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가산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지 않으면 대출 소비자의 금리 부담도 조금이나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의 정책이 구체화하면 대출 시장이 다소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부동산 매매 거래가 확연히 줄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받는 대출)이 잠잠했던 건 대선을 앞두고 시장을 관망하는 분위기가 퍼졌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3개월 연속 줄어드는 등 대출 수요가 눈에 띄게 쪼그라들었다.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월별 가계대출 잔액이 연속으로 감소한 건 처음이었다.
은행도 대출규제 완화를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엔 돈줄을 바짝 조였지만 최근 들어 금리를 깎아주고 한도를 복원하면서 달라진 대출태도를 보였다. 지방은행에서는 '대출 특판'도 선보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감소 상황에서 은행 성장성에 위기를 느껴 규제 완화 기조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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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이상 저금리 상품을 기대하긴 어렵고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이 청년, 신혼부부 등 무주택 실수요자에 맞춰져 있어 전반적인 규제 완화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규제 완화 의지가 분명한 만큼 여러 제도에서 미세한 조정은 있을 텐데 가계부채 관리도 무시할 수 없는 과제여서 극적인 변화가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