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3000원 시대가 오나"…美,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2.03.0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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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경제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의 수입 금지를 발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동맹국과 파트너들의 동참은 각국의 결정 사항이라고 밝혔다. 2022.03.09.[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경제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의 수입 금지를 발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동맹국과 파트너들의 동참은 각국의 결정 사항이라고 밝혔다. 2022.03.09.


미국·영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결정하고 EU(유럽연합)는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여 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이 러시아산을 대체할 원유 확보 경쟁을 벌이면서 국제유가가 더욱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리터(ℓ)당 2000원에 육박한 국내 휘발유 가격이 3000원대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9일 외신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악의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를 응징하기 위한 조치"라며 러시아산 원유, 가스의 수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영국도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EU는 연말까지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가스를 3분의 2 수준으로 줄이고, 2030년 이전까지 러시아 화석연료에서 독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 정부는 현재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과 관련해 별도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은 전체의 5~6% 수준이라 우리 정부가 수입 금지에 동참하더라도 원유 수급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국제사회가 연이어 러시아산 원유 수입 제한에 나서면서 대체 물량 확보를 위한 경쟁이 심해져 국제유가가 더욱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의 협의체) 회원국 중 원유 생산량 2위 국가다. 실제로 8일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가 발표된 이후 WTI(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가격은 이날 장중 배러당 129달러까지 치솟았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9일 서울 도심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기름값도 연일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22.3.9/뉴스1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9일 서울 도심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기름값도 연일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22.3.9/뉴스1
국내 기름값도 국제유가를 반영해 계속 오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인 지난달 25일 ℓ당 1751원에서 빠르게 상승해 3월 9일 현재 1887원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 등에선 일부 주유소가 휘발유를 ℓ당 2800~2900원에 판매하고 있어 조만간 3000원 돌파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소재 서남주유소와 서계주유소는 각각 ℓ당 휘발유 가격이 2829원, 2820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치솟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원래 4월 말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20% 인하와 LNG(액화천연가스) 할당관세(0%) 적용 기간을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향후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유류세 인하폭 확대 여부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최근 상황에 비춰봤을 때 정부는 유류세 인하율을 관련 법령(시행령)상 최대치인 30%로 높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시장에선 유류세 인하폭 확대로 기름값 상승을 충분히 억제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기름값은 '세전가격'에 '세금' 등을 더해 결정되는 구조다. 세금 인하분보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세전가격 상승분이 더 크면 기름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국제유가 오름세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수입되는 원유 등 수입물가의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지면 주요국 통화당국이 긴축 속도를 높일 수 있고 이 경우 통상적으로 달러 가치가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9원 오른 1237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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