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센 노조' 'MZ 세대' 등장…"기울어진 노사 운동장 바로 잡아야"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오진영 기자 2022.03.0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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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에 바란다]산업계②노사 정책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원들이 10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를 기습 점거하고 있다. 2022.2.10/뉴스1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원들이 10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를 기습 점거하고 있다. 2022.2.10/뉴스1


"기울어진 운동장을 차기 정부가 바로잡아 줬으면 좋겠습니다"

문재인 정부 5년, 재계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쏟아지는 친노동 정책이었다. 공정성을 중시하는 MZ(1980~2000년대 출생 세대) 세대 노조, 플랫폼 기업의 부상 등 기존에 없던 다양한 노조와 업무 형태가 등장하고 있는 것도 기업들엔 부담이다. 조율하고 고려해야할 것들이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다.

재계는 균형추가 노조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다양한 요구들을 반영해야 하는 현실에서는 노사 갈등 심화와 능률 저하가 불가피하단 우려다. 노사 관계가 불안하면 기업과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국민 삶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차기 정부가 생산적이고 건전한 노사 관계 재정립을 목표로 적극적인 정책 조정과 지원에 나서주길 바라는 배경이다.



노동권만 부각..."제동 없으면 산업 자체가 망가질수도"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 및 주 52시간 근무제의 도입 등을 밀어붙였다. 이 와중에 노동법 개정을 통해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그동안 개인사업자로 여겨지던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인정하는 등 노조의 단결권을 폭넓게 인정했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이유로 노조 전임자의 임금지급 금지조항도 사라졌다.

노조 가입과 활동이 폭넓게 보장된 반면 경영자가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조항은 마련되지 않았다. 실제로 노동조합법에는 노조가 사업장을 점거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벌칙 조항이 없다. 노사간 협상에서도 사측이 이유 없이 대화를 거부하면 사용자는 형사처벌을 받는데 노동조합이 거부할 경우 강제할 방법은 없다.



CJ대한통운 사태는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지부는 노사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60일 가까이 파업을 벌였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본사를 불법 점거했는데, 불법 점거를 해결해 달라는 사측의 요구에 정부는 반응하지 않았다. 비노조원들 역시 피해를 호소했지만 노조가 파업을 철회할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경총 관계자는 "이번 정부에서 사용자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빠르게 상승시켰고, 이후에도 노동권을 강화하는 쪽으로만 정책을 펴왔다"며 "여기에 노동권을 확대시켰으면 이 권한이 적어도 합법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CJ대한통운 사태에서 보다시피 노조의 불법에는 눈을 감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강성 노조의 활동만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 고용노동부의 '2021년 고용노동백서'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2017~2020년 사이 벌어진 노사분규는 총 481건인데, 민주노총이 85%인 407건을 차지했다. 전 정부 대비 민주노총의 파업이 25% 늘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대 명예교수는 "CJ대한통운 사태에서 보듯 노조가 아닌 다수의 비노조 근로자들이 불만을 품는 상황이 발생해도 현재 제도 하에서는 방법이 없다"며 "그동안 노조 편향적인 정책, 판결이 이어져왔는데 차기 정부는 이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산업 자체가 붕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향한 노조 등장, 다음 정부의 과제..."MZ노조 긍정적 효과 낼 수 있도록 도와야"
MZ노조의 등장은 새로운 고민거리다. 지난해 2월 출범한 현대차그룹의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조'나 LG전자의 '사람중심 사무직노조', 한국타이어의 '사무직노조'가 대표적인 MZ노조로 꼽힌다. 이들은 무엇보다 공정에 방점을 찍고 생산직과 사무직의 동등한 대우, 임원에게 성과급 몰아주기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재계는 MZ노조에서 요구하는 공정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호봉제보다는 연봉제, 그리고 기본급보다 성과급을 많이 지급하는 형태의 임금제도가 시행돼야 한다고 본다. 경총 관계자는 "차기 정부에서 MZ노조의 요구를 반영해 현재 임금제도를 개편한다면 노사가 공정한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정책 없이는 MZ노조도 기존 노조와 똑같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택배노조를 비롯한 배달플랫폼노조 등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 노조가 생기는데 대해서는 "노조를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헌법과 관련법이 정하고 있는 내용 하에서 엄격하게 노조가 허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단체를 만들어 이권을 추구하는 것은 자유지만, 이를 노사관계로 정립하는 것은 엄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노동자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심화되고 있다"며 "전 정부는 이에 대한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는데, 이는 다음정부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만이 아닌 산업 전체를 봐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차기 정부에서는 결집력이 좋은 대기업 중심의 노조보다 전체 근로자들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노동시장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해줘야 노사가 모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노조뿐만 아니라 사측, 정부 모두가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처지면 영영 회복하기 어렵다'는 마음으로 함께 극복하려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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