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가 요즘 뜬 이유…한물간 껌 대신 "재밌잖아요"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2.03.05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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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의 '똑소리'] 마스크 쓰면서 씹고 뱉어야하는 껌 인기 하락…젤리는 인기 고공행진

편집자주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똑소리'는 소비자의 눈과 귀, 입이 되어 유통가 구석구석을 톺아보는 코너입니다. 유통분야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똑소리나는 소비생활, 시작해볼까요.

젤리가 요즘 뜬 이유…한물간 껌 대신 "재밌잖아요"


젤리가 요즘 뜬 이유…한물간 껌 대신 "재밌잖아요"
얼마 전 껌을 꺼내 씹는 내게 지인이 놀란 목소리로 "껌 씹네?"라고 말했다.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껌을 잘 안 사더라"라며 "껌 인기가 떨어져서 껌 판매대엔 최근 먼지가 쌓여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껌의 인기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자일리톨' 등의 대표 제품으로 국내 껌 시장점유율 1위인 롯데제과의 지난해 껌 매출액은 1년 전보다 10.3% 감소했다. 2020년에도 전년비 매출이 24.1% 줄었다.



업계가 분석하는 껌 인기 하락 요인은 코로나19(COVID-19)다. 롯데제과 측은 "코로나19 발생 후 껌 시장규모가 줄었는데 소매점 방문 자체가 줄었고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취식이 불편한 것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한 편의점 껌 판매대. /사진=이재은 기자한 편의점 껌 판매대. /사진=이재은 기자
즉 껌은 입에 넣은 후 단물이 빠지면 뱉어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마스크를 벗었다가 다시 쓰는 과정을 성가셔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 재택근무 증가로 출·퇴근 운전자의 졸음방지용 껌 수요가 줄어든 것 등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반면 젤리 수요는 늘었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젤리 매출은 매년 전년비 40~60%씩 증가하고 있다. 이는 '츄잉 푸드'(Chewing Food·씹을 수 있도록 만든 먹을거리)를 찾는 이들이 껌 대신 젤리를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껌과 달리 씹고 나서 뱉지 않아도 된다는 미세한 차이가 반영된 것이다. 바쁜 업무 등으로 높은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들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츄잉 푸드를 찾는다. 씹는 행위가 간접적으로 자율신경에 영향을 미쳐 정신적인 만족 상태를 만들어주고 스트레스 해소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인간은 뭔가를 씹고자 하는 본능이 있는데, 젤리가 수혜를 본 것"이라고 했다.

젤리가 요즘 뜬 이유…한물간 껌 대신 "재밌잖아요"
업계는 젤리의 인기를 견인할 만한 또 다른 요소도 있다고 본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관계자는 "젤리가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 유튜브 먹방 소재로 각광 받으면서 고객 관심이 높아졌고, 다양한 맛과 모양의 젤리들이 출시돼 매출 증대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도 "협업, 수입, 캐릭터 등 다양한 콘셉트의 젤리가 나오면서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했다.

실제 껌이나 사탕에 비해 색과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젤리가 펀슈머(Fun+Consumer, 재미를 찾는 소비자)의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제품)한 먹거리 취향을 저격했다. 과거 젤리는 주로 과일맛과 향을 담은 제품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이런 이들을 염두에 두고 재미있는 모양의 젤리가 쏟아져 나왔다. 대표적인 게 GS25의 삼겹살 젤리와 똥모양 젤리, CU의 도시락 젤리, 세븐일레븐의 참치회 젤리다. 롯데제과도 단무지, 마카롱, 빼빼로, 몽쉘 젤리를 선보이며 이색 젤리 종류를 늘렸다.


젤리를 먹고 있는 블랙핑크 제니(왼쪽)과 ITZY 유나. /사진=SNS 캡처젤리를 먹고 있는 블랙핑크 제니(왼쪽)과 ITZY 유나. /사진=SNS 캡처
젤리 자체에 덧씌워진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도 빼 놓을 수 없다. 이 교수는 "젤리는 달콤하고 향기로워 여성스러움과 사랑스러움의 상징처럼 이미지가 구축됐다"며 "젤리를 먹는 이들은 이 같은 이미지를 얻게 된다는 이유에서 젤리를 즐겨 찾는 현상도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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