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사다리는 '원전'…신한울 3·4호 재개 늦어지면 '녹색미래' 없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2.03.0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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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이념적 '탈원전'을 넘어④

편집자주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흔들림이 감지된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선 당분간 원전을 완전히 버릴 수 없다는 데 문재인 대통령도 공감했다. 대선을 앞두고 '탈원전' '감원전' '복원전' 등의 백가쟁명 속에 국가의 미래를 위한 최적의 원자력 정책을 찾아본다.

신한울 3,4호기 부지 전경/사진=머니투데이DB신한울 3,4호기 부지 전경/사진=머니투데이DB


원자력발전 산업계는 이번 새 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원전정책에 대한 극적인 방향전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대로 끝'이라고 입을 모은다. 극단적 가정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동일본대지진이 줬던 '원전 포비아'(원전 공포증) 착시를 딛고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탈원전 회의론이 나온다. 당장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한 탄소중립 전환 트렌드와 맞물리며 이런 흐름은 더 구체화된다.

탄소중립은 궁극의 목표지만 도달하는 과정은 생각처럼 간단치 않다. 화석연료를 쓰는 내연기관을 신재생에너지를 쓰는 친환경 동력원으로 모두 바꿔야 한다. 수소처럼 그간 쓰지 않던 에너지원을 활용하는게 핵심인데, 수소를 만드는데는 잘 알려져 있듯 엄청난 전기가 필요하다. 모든 나라가 호주나 북아프리카처럼 양질의 태양광과 풍력을 보유한 것이 아니다. 원전 니즈가 여기서 발생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태양광이나 풍력같은 친환경 전력은 국내서도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에너지부국들과 같은 효율을 기대하기는 근본적으로 어렵다. 국토가 좁은데다 일조량이 적다. 바람도 방향과 풍속이 일정하지 않다. 국내서 이뤄지고 있는 대규모 태양광이나 풍력단지가 대부분 기술테스트베드 정도의 의미를 더 크게 갖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산업계와 학계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원전생태계 회복을 꼽는다. 원전사업 재개 정도가 아니라 무너진 생태계를 근본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회복의 첫 단추로는 백지화된 신한울 3·4호기 사업 재개가 가장 유력한 대안이다. 새로운 대규모 원전 건설 계획이 발표돼야 시장 전체에 활기가 돌 수 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은 문재인정부 탈원전정책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2008년 4차 전력수급계획에서 건설이 확정됐는데 2017년 착공해 30%나 지어진 상황에서 문재인정부가 사업을 중단시켰다. 원전건설과 유지보수 선진국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K원전 사업에도 '중단국' 꼬리표가 붙었다. 국내 건설이 취소되고 수출길이 막히니 생태계는 밑바닥부터 빠르게 붕괴됐다.

문 대통령은 최근 "향후 60년 간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며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를 빠르게 가동하라고 지시했다. 원전업계는 처음으로 원전에 힘을 실어준 문 대통령의 발언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신한울 1·2호기나 신고리 5·6호기의 조기가동의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해석한다. 당장 일감이 눈앞에 떨어지지 않고는 기업 회생이 힘들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의 제조기술이 유지돼야 전체 산업 기술력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신한울 3·4호기 사업재개 수준의 파격적 조치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원전을 짓는데 들어가는 수많은 부품과 이를 가동시키고 유지관리하는 시스템을 감안하면 원전기자재 및 부품생태계가 같이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만 현장의 안전문제 발생도 막을 수 있다.


한 전직 고위 원전공기업 관계자는 "원전생태계 조성은 달리 말하면 시장의 지속가능성과 인력의 선순환을 의미한다"며 "문 대통령의 60년 발언에서 보듯 원전 산업을 앞으로도 상당기간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사업종사자들에게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게 가장 시급하며, 신한울 3·4호기 재개는 그 대표적인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사업계획을 다시 구축한 후엔 중견중소기업들에 대한 직접적 지원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한울 3~4호기가 재개된다 하더라도 당장 일감이 발생하는게 아니어서다. 1~2년 시차를 두고 발주가 이뤄지고 부품이 공급되고 대금이 지급된다. 시장이 이 과정을 소화하기 까지는 일단 기업 존속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다른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고용유지 장려금이나 각종 기술훈련 장려금이 지급되는 조선업계 사례를 반면교사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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