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만큼 무서운 반도체난…현대차·기아 주가 하락 언제까지?

머니투데이 임현정 기자 2022.03.0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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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만큼 무서운 반도체난…현대차·기아 주가 하락 언제까지?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가 쪼그라들고 있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주가가 위축된데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차량 반도체 수급난이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일 현대차 (253,000원 ▲2,500 +1.00%)는 전거래일보다 4500원(2.57%) 내린 17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아 (114,400원 ▼500 -0.44%)도 2.3% 하락한 7만2100원을 기록했다.



최근 들어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위축됐다. 푸틴의 특별 군사작전까지 승인 소식이 전해진 24일부터 이날까지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각각 5.5%, 7.6%씩 하락했다. 현대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연간 약 23만대의 자동차 생산이 가능한 공장이 있는데 전쟁으로 루블화 가치가 하락하면 대금 미지급은 물론 구매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대차그룹의 러시아 내 시장 점유율은 22.6%로 르노그룹(라다)에 이은 2위다.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서방국가들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면서 루블화 가치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30% 가량 급락했다. 자동차산업협회(KAMA)는 국지전으로 인한 루블화 가치 하락이 있을 경우 판매가 10%가량 감소하고, 전면전으로 확대할 경우 감소폭은 29%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의 러시아 수출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며 현대차는 최대 2000억원, 기아는 최대 2500억원의 실적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전쟁만큼 무서운 건 또 있다. 지난해부터 완성차 업계를 괴롭힌 반도체 수급난이다. 올해는 점차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 1일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멈춰세운 것도 서방국 제재가 아닌 반도체 부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장은 러시아 '여성의 날' 연휴 이후인 오는 9일부터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다.

미국 상무부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통제 명단에 반도체가 오른 것도 엎친데 덮친 격이다. FDPR은 제조 과정에서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장비나 소프트웨어, 설계를 사용했을 경우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제재 조항이다. 반도체·IT·센서·레이저·해양·항공우주 등 7개 분야 57개 기술이 대상이다. 현대차그룹은 러시아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 대다수를 한국에서 조달하므로 제재가 장기화 됐을 땐 현지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우려에도 최근의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는 분석이다. 반도체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러시아 제재가 반도체 생산 병목을 심화시켜 차량용 반도체 공급차질 문제로 추가될 수 있지만 이 문제는 지난 1년간 주가에 반영되어 왔다"며 "현재 주가는 우크라이나발 우려를 단기간에 과도하게 반영했다는 점에서 회복을 염두에 두어야할 시기"라고 밝혔다. 송 연구원은 또 2014년 크림반도 사태 발발 때도 현대차와 기아의 러시아 내 판매가 감소했지만 다른 지역 판매가 증가해 만회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민선 키움증권 연구원도 "이제는 생산 회복과 판매 정상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며 "부품 수급난은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저점을 지났으며 연중 지속적인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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