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현재, 포스코의 미래[광화문]

머니투데이 진상현 산업1부장 2022.03.02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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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일부 임원들과 온라인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자신의 M&A 원칙을 설명했다. 조 의장은 SK그룹 2인자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을 구현하고, 그룹 M&A를 최전선에서 지휘해온 인물이다.

조 의장이 강조한 것은 "비싸더라도 업계 1위를 사라"는 것과 "지금 하고 있는 일 외에 다른 영역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적인 신사업을 찾아내기 위해선 지금 하고 있는 산업이나 업종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의미다. 조 의장은 임원들에게 "본인들의 업무가 5년 후에도 존재할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기존 것을 뛰어넘어 새로운 것을 찾는 노력은 조 의장의 M&A 원칙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SK그룹이 커온 성장사이자 딥체인지(근본적 혁신)을 강조하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 철학이기도 하다.



1980년 대한석유공사, 1994년 한국이동통신 인수로 에너지와 통신사업을 그룹의 양대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SK는 2011년 일대 결단을 내린다. 채권단 관리하에 있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에 뛰어든 것. 안정적이지만 내수 업종이라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반도체라는 낯선 영역에 도전장을 던졌다. 하이닉스 인수는 결과적으로 SK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그룹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됐다. 10조원 규모의 인텔 낸드 부문 인수, 도시바메모리(현 키옥시아) 투자 등이 이어지면서 반도체는 SK그룹을 지탱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잡았다.

하이닉스 인수 이후 SK는 혁신의 속도를 더욱 높였다. 탄소중립 시대에 쪼그라들 수 밖에 없는 정유 산업에 대한 과감한 출구 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전기차 배터리, 수소, 자원 순환 등 친환경 산업으로 대체하고 있다. 2017년엔 지주회사인 SK(주)를 투자전문회사로 전환해 새로운 무기를 장착했다. SK(주)를 통해 매년 1조원 이상을 신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바이오, AI 등 새로운 사업들을 발굴하며 현재 보다 미래가 더 기대가 되는 그룹이 됐다.



# 포스코그룹이 2일 지주회사를 출범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글로벌 철강기업이지만 어느 때보다 혁신이 절실하다. 포스코는 우리나라 기업 중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기업이다. 제조공정에 석탄을 사용하는 철강업의 특성 때문이다. 탄소중립 시대, 온실가스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면서 철강업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석탄 대신 수소를 공정에 활용하는 수소환원제철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아울러 철강 외 신사업들을 발굴해 성장동력을 높이고 철강에 집중된 사업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

포스코그룹은 지주사를 중심으로 △철강 △이차전지 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 △인프라 △식량 등을 핵심 기반사업으로 새로운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재계에선 포스코 지주사가 관리형 지주회사에 그치지 않고 SK(주)처럼 투자형 지주회사로서 기능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사업 육성을 뒷받침할 미래기술연구원도 개원했다. 기존 철강 중심의 포스코 기술연구원과 달리 AI, 이차전지소재, 수소·저탄소에너지분야 3개 연구소 체제를 기반으로 그룹 핵심 사업의 종합 연구를 담당한다.

성공의 관건은 인재 영입이다. 신사업을 발굴, 투자하고 새로운 사업을 일으킬 기술력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외부의 우수한 인력 수혈이 필수적이다. 인재 영입이라는 측면에선 최근 포스코 지주사와 미래기술연구원의 소재지를 포항으로 이전키로 한 건 뼈아픈 결정이다. 수도권에서 일할 수 있다면 수천만원 연봉 차이도 감수하는게 현실이다. 이사회와 주주들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한 안건이 지역사회와 정치권의 개입으로 뒤바뀐 과정을 보면 더욱 그렇다.


포스코가 SK와 같은 혁신을 이룰 수 있을까. 이미 민영화돼 정부 지분이 한푼도 없는 포스코지만 여전히 정치권의 개입과 간섭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 지주사 소재지 논란이 단적인 예다. 이제라도 포스코가 온전한 기업으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놓아줘야 한다. 지주사로 새롭게 출발하는 포스코의 미래는 어쩌면 여기에 달려 있다.
SK의 현재, 포스코의 미래[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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