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의장이 강조한 것은 "비싸더라도 업계 1위를 사라"는 것과 "지금 하고 있는 일 외에 다른 영역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적인 신사업을 찾아내기 위해선 지금 하고 있는 산업이나 업종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의미다. 조 의장은 임원들에게 "본인들의 업무가 5년 후에도 존재할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기존 것을 뛰어넘어 새로운 것을 찾는 노력은 조 의장의 M&A 원칙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SK그룹이 커온 성장사이자 딥체인지(근본적 혁신)을 강조하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 철학이기도 하다.
하이닉스 인수 이후 SK는 혁신의 속도를 더욱 높였다. 탄소중립 시대에 쪼그라들 수 밖에 없는 정유 산업에 대한 과감한 출구 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전기차 배터리, 수소, 자원 순환 등 친환경 산업으로 대체하고 있다. 2017년엔 지주회사인 SK(주)를 투자전문회사로 전환해 새로운 무기를 장착했다. SK(주)를 통해 매년 1조원 이상을 신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바이오, AI 등 새로운 사업들을 발굴하며 현재 보다 미래가 더 기대가 되는 그룹이 됐다.
포스코그룹은 지주사를 중심으로 △철강 △이차전지 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 △인프라 △식량 등을 핵심 기반사업으로 새로운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재계에선 포스코 지주사가 관리형 지주회사에 그치지 않고 SK(주)처럼 투자형 지주회사로서 기능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사업 육성을 뒷받침할 미래기술연구원도 개원했다. 기존 철강 중심의 포스코 기술연구원과 달리 AI, 이차전지소재, 수소·저탄소에너지분야 3개 연구소 체제를 기반으로 그룹 핵심 사업의 종합 연구를 담당한다.
성공의 관건은 인재 영입이다. 신사업을 발굴, 투자하고 새로운 사업을 일으킬 기술력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외부의 우수한 인력 수혈이 필수적이다. 인재 영입이라는 측면에선 최근 포스코 지주사와 미래기술연구원의 소재지를 포항으로 이전키로 한 건 뼈아픈 결정이다. 수도권에서 일할 수 있다면 수천만원 연봉 차이도 감수하는게 현실이다. 이사회와 주주들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한 안건이 지역사회와 정치권의 개입으로 뒤바뀐 과정을 보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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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SK와 같은 혁신을 이룰 수 있을까. 이미 민영화돼 정부 지분이 한푼도 없는 포스코지만 여전히 정치권의 개입과 간섭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 지주사 소재지 논란이 단적인 예다. 이제라도 포스코가 온전한 기업으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놓아줘야 한다. 지주사로 새롭게 출발하는 포스코의 미래는 어쩌면 여기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