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중은 기업들의 '합리적 결정'..멀어지는 균형발전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이창명 기자, 유승목 기자, 한민선 기자 2022.02.28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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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적 '디바이어던(Diviathan)'②

편집자주 전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절반 이상의 인구가 몰려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수도권은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고 비수도권은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했다. 국가의 균형발전을 막고 있는 장애물로 일자리와 교육, 의료, 문화 등이 꼽힌다. 우리나라를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누는(Divide) 괴물(Leviathan)과 같은 존재들을 '디바이어던(Diviathan·Divide+Leviathan)'으로 규정하고 연속으로 짚어본다.

수도권 집중은 기업들의 '합리적 결정'..멀어지는 균형발전


대기업의 수도권 집중은 해묵은 과제다. 구조는 비교적 간단하다. 청년들은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길 원한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면 취업에 유리하다. 그만큼 유능한 학생들이 몰린다. 오래 전부터 수도권에 터를 잡고 있던 대기업은 인재풀이 적은 지방으로 회사를 옮길 이유가 없다. 취업을 생각한 청년들은 수도권 대학에 몰린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인재 등용을 위한 '합리적 의사결정'으로 수도권에 터를 잡은 기업들을 무조건 비판할 수 없다. 하지만 국토의 균형발전의 측면에서 보면 상황이 다르다. 상호출자제한기업(대기업집단) 소속회사 중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는 곳의 비율만 74.1%에 이른다. 인력과 자산의 수도권 집중은 국토의 불균형 발전을 부추기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2015년의 GRDP, 그 때부터였다
통계청의 '지역소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명목 지역내총생산(GRDP)은 1936조403억원이다. 이 중 수도권의 GRDP는 1017조407억(52.5%)이다. 수도권의 GRDP는 2015년 처음으로 비수도권의 GRDP를 추월했다. 2004년에만 하더라도 비수도권의 GRDP 비율이 51.5%로 더 높았다. 2015년 역전된 GRDP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비교적 최근 설립된 플랫폼 기업들이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정착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은 더 심해졌다. 수도권에 일자리가 집중되자 청년들은 경쟁에 내몰렸다. 감사원은 지난해 발표한 감사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초저출산과 지방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수도권 집중, 그로 인한 높은 인구밀도와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 않았다.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들에 세금 혜택을 주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배호영 KBIZ중소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며 "지방 대기업이 수도권으로 이전하면서 중소기업까지 함께 옮길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수도권 집중은 기업들의 '합리적 결정'..멀어지는 균형발전
기업들의 지방이전을 지원하기 위한 세금 혜택은 '체리피커'만 양산하기도 했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수도권 밖으로 본사를 옮기는 기업은 7년 동안 법인세 전액을 감면받는다. 이후 3년 동안에도 법인세를 절반만 내면 된다. 하지만 특정기업이 전체 감면액 중 83%를 독차지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방으로 옮겨간 본사의 근무자가 10명이 채 되지 않는 곳도 많았다.

한국은 왜 지역기업이 크지 못할까
따라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뿐 아니라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학과 교수는 "현재 지방이전 인센티브가 향하고 있는 대상은 기업"이라며 "기업만 내려가면 당연히 직원도 따라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원들을 위한 인센티브를 함께 묶어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새로운 접근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2본사를 활성화하자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미국의 경우 아마존이 제2본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히자 유치전이 펼쳐졌다. 이를 위해선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법인세 혜택만 하더라도 국세이기 때문에 지자체의 역할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과 같은 지역 대표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나오지만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포틀랜드의 나이키 본사처럼 거대기업들이 거점을 유지하고 살리는 경우가 있다"며 "인재들이 몰릴 수 있는 인프라나 주거 환경이 갖춰져 있기 때문인데 한국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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