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자동차', 세계 하늘·바다길 잡은 이 회사들 없으면 불가능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이태성 기자, 정한결 기자 2022.02.18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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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뚫고 비상한 K 물류…HMM, 대한한공 나란히 '사상 최대 이익'…큰배, 화물이 일등 공신

1만6000TEU급 누리호1만6000TEU급 누리호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반도체, 자동차 등 제조업은 '산업의 핏줄'이라고도 불리는 물류기업들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북한 때문에 사실상 '섬나라'인 한국은 국적 항공사·선사가 더욱 중요하다.

한국의 하늘길은 대한항공 (20,750원 ▲150 +0.73%)이, 바다길은 HMM (14,850원 0.00%)이 책임진다. 코로나19(COVID-19)로 위기를 맞았던 대한항공은 화물 운송으로 반등했고, 만년 적자였던 HMM은 역대 최고 실적으로 반전 드라마를 썼다.



'K-반도체·자동차', 세계 하늘·바다길 잡은 이 회사들 없으면 불가능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영업익은 전년 대비 515%가 증가한 1조4644억원을 달성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18% 오른 8조7534억원이었다. 직전 연간 최대 영업익은 2010년 1조1589억원이었다.



HMM은 2020년 흑자전환 이후 매분기 최대 영업익 기록을 경신했다. HMM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조3775억원으로 전년 대비 652.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3조794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09% 늘었다.

두 기업 모두 코로나19 기저효과로 보복소비 등 물류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운임 기조가 지속돼 호실적을 냈다. 단지 운이 좋아서만은 아니었다. 그 운을 현실화할 수 있는 능력을 비축했기에 가능했다.

'K-반도체·자동차', 세계 하늘·바다길 잡은 이 회사들 없으면 불가능
'그저 그랬던' 화물 사업 유지했던 대한항공, 뚝심 빛봤다…세계 5위권 항공 화물사업자 도약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대한항공이 어제(27일) 지난해 4분기 매출 2조 8259억원, 영업이익 7044억원을 기록해 연간 매출 8조 7534억원, 영업이익 1조 4644억원을 달성해 분기, 연간 모두 사상 최대 영업이익 기록했다고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28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 대한항공 여객기가 주기돼 있다. 2022.01.28.[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대한항공이 어제(27일) 지난해 4분기 매출 2조 8259억원, 영업이익 7044억원을 기록해 연간 매출 8조 7534억원, 영업이익 1조 4644억원을 달성해 분기, 연간 모두 사상 최대 영업이익 기록했다고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28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 대한항공 여객기가 주기돼 있다. 2022.01.28.

항공업은 사람을 옮기는, 여객 분야가 주로 돈을 벌어들이는 사업이었다. 항공 화물은 세계 경제 흐름에 따라 수익이 날때도, 현상유지에 그칠때도 많은 '그저 그런' 사업 분야였다. 규모가 크지 않으면 적자가 나기 일쑤기 때문에 LCC(저비용항공사)들은 화물 운송만을 담당하는 화물기를 보유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은 꾸준히 화물 포트폴리오를 유지했다. 코로나19 이전 전체 매출 중 60%는 여객, 30%는 화물이 담당했다. 물류업에서는 화주와 장기간 거래하며 쌓는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대한항공은 수십년간 이 관계를 두텁게 쌓았다.

팬데믹이 터지자 대한항공의 뚝심은 빛을 발했다. 전세계 수출 기업들이 '메이저 화물 항공사' 대한항공을 애타게 찾았다. 항공 물류는 업력이 길 수록 유리해 신규 사업자가 진출하기 매우 어렵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153대 비행기 중 23대가 화물기다. 2020년 3월부터는 화물 운송 수요가 급증할 것을 예측해 승객을 태우던 여객기를 개조한 '화물 전용기'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현재 운영 중인 화물 전용 여객기는 16대다.

'K-반도체·자동차', 세계 하늘·바다길 잡은 이 회사들 없으면 불가능
'K-반도체·자동차', 세계 하늘·바다길 잡은 이 회사들 없으면 불가능
대한항공은 여객 규모로는 세계 20위권이지만, 화물에서만큼은 여러 메가 캐리어(항공사)들과 어깨를 나란히하는 글로벌 항공사다. 국제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 대한항공의 국제 여객 순위(FSC사만 취급)는 16위였다.

그러나 화물은 80억9100만 톤킬로미터(FTK)를 기록해 5위로 올라섰다. 5위 여객 항공사인 터키 항공(Turkish Airline), 8위 루프트한자(Lufthansa), 9위 KLM보다 크게 앞섰다.

재기하기 어렵다던 HMM, 초대형 컨테이너선 통해 '한국의 보배'로
HMM으로 사명을 변경하기전 현대상선 시절, 모두가 이 회사는 재기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적선사를 지키기 위해 정부가 돈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혈세 낭비 하지 말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HMM이 '한국의 보배'가 됐다. 한국 수출입 물량의 99% 이상을 해운(배)이 담당하고 있는데, 여기서 HMM이 핵심 역할을 맡으며 9년간 이어진 적자에서도 탈출했다.

HMM의 암흑기는 2008년에 시작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머스크, MSC 등 유럽계 메이저 선사들이 선박 크기를 키우면서 운임비를 지속적으로 내리는 '치킨 게임'을 시작했다. 이때 한진해운은 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2016년 8월에 파산했다. HMM도 2011년부터 장기 적자에 빠졌다.

(서울=뉴스1) = HMM(대표이사 배재훈)은 국내 기업들의 원활한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첫 임시선박이 8일 출항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6,800TEU급 컨테이너선 ‘HMM 홍콩(Hongkong)호’가 광양항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있는 모습. (HMM 제공) 2022.1.9/뉴스1  (서울=뉴스1) = HMM(대표이사 배재훈)은 국내 기업들의 원활한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첫 임시선박이 8일 출항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6,800TEU급 컨테이너선 ‘HMM 홍콩(Hongkong)호’가 광양항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있는 모습. (HMM 제공) 2022.1.9/뉴스1
HMM은 회사 정상화를 위해 '큰 배(컨테이너선) 만들기'에 집중했다. 배 크기가 클수록 한 번 운행에 실을 수 있는 컨테이너 개수가 많아져 운임비를 줄이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2016년 세계 7위 한진해운이 파산했을 때 HMM의 선복량(총 적재능력)은 45만TEU에 불과했다. 세계 1위 머스크 선복량(317만TEU)의 7분의1 수준이었다. 현재 HMM은 세계 8위 해운사로 선복량은 82만TEU까지 늘어났다.

HMM은 이미 2018년 정부로부터 3조1000억원을 지원받아 국내 조선사들로부터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했다. 무려 20척을 만드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도 이때 발주했다.

비용 절감을 통해 체질 개선도 단행했다. 2020년 4월 '디 얼라이언스' 신규 해운동맹에 정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운송하는데 투입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해운동맹 내에서는 각 사의 배를 공동으로 운용해 불필요한 운송비 등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현재는 기업들이 서로 HMM 배에 자신들의 물건을 실어달라고 아우성이다. HMM은 국민 세금으로 회사가 기사회생한만큼, 국적선사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며 국내 중소기업들만을 위해 임시 선박을 지난해부터 꾸준히 투입했다.

HMM은 2024년 상반기까지 1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받는 등 더 고삐를 죌 방침이다. HMM 관계자는 "글로벌 선사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 나가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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