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진화하는 피싱 막는다"···ATM 입금·현금인출 한도 줄인다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2.02.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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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금융당국이 진화하는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 피해를 막기 위해 ATM(현금자동인출기) 무통장 입금 한도를 축소하거나 ATM 현금인출 한도를 줄여 피해 인출 금액을 최소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계좌이체형'에서 '대면편취형'으로 진화한 신종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15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금융 범죄인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업계 의견을 청취하고 관련 규정과 법률 개정 등을 검토 중이다.



기존 보이스피싱 사기는 범죄자들이 피해자를 전화나 메시지 등으로 유인해 범죄 조직 계좌로 돈을 보내게 하는 '계좌이체형'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종 수법인 '대면편취형'이 대세다. 범죄자가 피해자로부터 직접 돈을 받아 여러 은행을 돌며 ATM 무통장 입금을 통해 자신들의 범죄 계좌로 돈을 보낸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지난해 2~6월과 8~10월 사기범죄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를 봐도 '계좌이체형' 발생 건수는 307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가 줄었으나, '대면편취형'은 1만9630건으로 77.7%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편편취형'의 가장 큰 문제는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자금을 송금·이체하게 하는 행위'와 '개인정보 유용으로 이익을 취하는 행위'만 전기통신금융사기로 분류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피해 사실을 뒤늦게 알고 계좌 지급 정지 등을 신청해도 법적 근거가 없어 신속한 대응과 피해 구제가 쉽지 않다. 법적 공백과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이 의원 발의로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구체적인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일반 고객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범죄에 자주 악용되는 ATM 무매체(無媒體) 입금거래(무통장 입금) 한도를 우선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ATM 이용 무통장 입금 한도는 하루 100만원이다.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아 여러 은행을 돌며 돈을 보내는 이유다.

ATM 하루 입금한도는 원래 제한이 없었다가 2013년 100만원으로 축소됐다. 당시에도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였다. 신분을 속이거나 숨길 필요가 없는 일반인들의 경우 은행 창구나 인터넷·모바일·폰뱅킹을 통해 얼마든지 돈을 자기 계좌에 입금할 수 있다. 따라서 ATM 무통장 입금 한도를 100만원보다 줄여도 정상 거래에 큰 불편이나 동요는 없을 것으로 금융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하루 600만원인 ATM 인출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을 두고서도 고민 중이다. 보이스피싱범에게 속아 돈을 인출하는 피해 금액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다. 금융당국은 금전거래가 주로 계좌이체나 카드결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ATM 인출 한도 축소 역시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 2007년 ATM 인출 한도 도입도 금융사기 방지를 위해서였다.

금융당국은 오픈뱅킹 활성화로 보이스피싱에 취약한 오픈뱅킹 시스템이 있는지 점검하고, 예금을 해지하거나 대출할 경우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내용도 들여다 보고 있다.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방지 방안이 포함된 법 개정안도 의원 법안과 별도로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다만, ATM 무통장 입금 한도 축소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금융업권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이려는 당국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만약 ATM 입출금 관련 한도 축소가 시행되면 피해를 볼 수 있는 고객들도 있을 수 있는 만큼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청취를 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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