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가 포기한 연금개혁…'회색코뿔소'에 직면한 다음 정부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2022.02.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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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심상정 정의당(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공개홀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2022.2.3/뉴스1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심상정 정의당(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공개홀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2022.2.3/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3일 TV토론에서 "국민연금 개혁은 누가 대통령이 돼도 하겠다, 네 명이서 공동선언을 하는 건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토론회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건넨 제안이다.

이 후보는 "좋은 의견"이라고 화답했고 윤 후보도 "그건 안 할 수가 없으니까 이 자리에서 약속을 하자"고 했다. 대선 캠페인의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 후보와 윤 후보가 '금기어'처럼 여겨졌던 연금개혁에 한목소리를 냈다는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다.



연금개혁 화두가 인기 없는 이유
국민연금은 개혁이 불가피한 제도다. 시작 자체가 불완전했다. 1988년 도입 당시 '내는 돈'인 보험료율은 3%, '받는 돈'이라고 할 수 있는 소득대체율은 70%였다. 소득대체율은 40년 동안 보험료를 납부한 경우 전체 가입기간의 평균소득 대비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의 수준이다.

도입 당시 국민연금은 가령 월 100만원의 소득이 있다면 매달 3만원씩 40년 동안 내고 매달 30만원을 받는 구조였다. 제도 정착을 위해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연금개혁이 전제된 제도였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보험료률은 도입 이후 5년마다 3%p(포인트)씩 올라 1998년 9%로 정착했다.하지만 이후로는 한번도 손대지 못했다. 국민들에게 인기 없는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소득대체율은 몇 차례 개혁을 거쳐 2028년 40%까지 떨어지도록 설계했다.

현재 국민연금 제도의 근간은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다. 이 구조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관건이다. 방법은 사실 하나밖에 없다.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안 후보는 공적연금의 통합을 제안했지만 어떤 방식이든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연금개혁은 정치권에서 늘 환영받지 못했다. 연금개혁 이야기를 하면 "표 떨어지는 소리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였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국민연금 회의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 1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주최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 보건복지부는 이 자리에서 재정추계위원회, 제도발전위원회, 기금운용발전위원회의 국민연금 장기재정전망과 제도 개편방안에 대한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2018.8.17/뉴스1  = 1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주최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 보건복지부는 이 자리에서 재정추계위원회, 제도발전위원회, 기금운용발전위원회의 국민연금 장기재정전망과 제도 개편방안에 대한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2018.8.17/뉴스1
'회색코뿔소' 국민연금, 5년마다 반복되는 갈등과 논란

국민연금 제도개선은 법으로 정한 의무사항이다. 국민연금법은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 수지를 계산하고 보험료의 조정이 포함된 국민연금 운용 전반에 관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정부안은 5년이 도래하는 해의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가장 최근 이뤄진 연금개혁 시도는 2018년에 있었다. 정부는 법에서 정한대로 당시 재정계산을 하고 국회에 개선안을 제출했다. 개선안은 △현행유지방안 △기초연금 강화방안 △노후소득보장 강화방안① △노후소득보장 강화방안② 등 4개였다.

정부안은 현행제도를 유지하거나 '더 내고 더 받는' 구조였다. '사지선다'로 구성돼 책임 회피성 개혁안이라는 비판적 여론도 적지 않았다.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나섰지만 국회는 정부안을 하나만 가져오라며 퇴짜를 놨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시도는 '빈 손'으로 끝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도가 있었다고 표현하기조차 힘들다"고 평가한다. 정부의 낮은 의지, 국회의 무관심이 빚어낸 결과다. 연금개혁 논의가 한창이어야 할 시기가 총선 기간과 맞물린 것도 한 요인이다.

예상 가능하지만 간과하는 위험을 뜻하는 '회색코뿔소'가 돼버린 국민연금의 개혁은 다음 정부의 몫이 됐다. 정부는 법에서 규정한대로 2023년에 국민연금 재정계산과 제도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재정계산의 마무리 시점은 내년 3월 말까지다.

각계의 전문가들로 구성한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를 토대로 재정계산에 나선다. 통계청이 전망한 인구감소 시점이 앞당겨졌다는 점에서 기금고갈 전망 시점도 앞당겨지는 게 불가피하다. 2018년 전망 당시 고갈시점은 2057년이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재정계산위원회는 각 단체의 추천을 받아 구성하는데, 구성을 위해선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 안건을 올려야 한다"며 "아직 국민연금심의위원회의 구체적인 일정을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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