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신명품 브랜드 '마린 세르' 폴라티를 입고 있는 프리지아. 이 게시물은 가품 논란 이후 송지아의 SNS에서 삭제됐다. (오른쪽)'금쪽같은 내새끼'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오은영 박사. 오 박사는 거의 모든 방송에서 자신이 보유한 에르메스 의상을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솔로지옥'으로 유명해진 유튜버 프리지아(본명 송지아)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명품 가품을 착용한 사실이 밝혀지며 홍역을 치렀다. 한 유튜버가 "프리지아가 전 세계에 방영되는 넷플릭스에서 여러 개의 가품을 착용했다"며 이는 국가적 망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송씨가 본인 유튜브에 올려놓은 명품 공개 영상과 인스타그램에서 착용한 명품들도 상당수 가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그는 결국 유튜브 및 대외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명품은 '부의 증거'…문제의 핵심은 한국사회 만연한 '허세' 상류층의 과시적 소비를 분석한 미국의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좀더 훌륭한 재화를 소비하는 것은 부의 증거이기 때문에 명예로운 일이 된다"며 "반면에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기준에 미달하는 소비는 열등감과 결함의 징표가 된다"고 분석했다. 한국 사회에서 고가의 명품백과 의류는 '부의 증거'가 된다. 평범한 직장인이 몇 달치 월급을 모아 겨우 사는 샤넬백을 수십 개씩 사들이는 것은 뚜렷한 '부의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디올의 향수 '미스디올'을 홍보하면서 디올 레이디백 가품을 착용해 논란이 됐던 프리지아의 영상
분노의 핵심은 가품 착용 그 자체가 아닌 "가품을 정품으로 속인 것"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가품을 이용해 일상적으로 명품을 드는 '영앤리치'로 포장했고 그것이 결국 돈벌이로 이어진 점이다. 실제 프리지아는 구찌, 디올 뷰티 등 협찬을 받아 광고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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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서 30년 넘게 일한 송은희 IAC(이탈리아 아시아 커뮤니티) 대표는 "명품 짝퉁이 아닌 국산 패션 브랜드를 착용해도 충분이 예뻤을 텐데 굳이 가품을 진짜라고 속인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처음에는 한 두 번 가품을 착용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믿어주니까 계속해서 가품을 이용해 이미지를 포장했고, 나중에는 멈출 수 없었던 것 같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중을 상대로 일하는 사람들은 진정성이 중요하다"며 "짝퉁이라도 착용해 명품녀처럼 보이고 싶었다면 그건 진정성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송 대표는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짝퉁을 들어서라도 자신을 포장하려는 '허세'가 만연한 대한민국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집 한 구석에도 짝퉁 제품이 있을 것이다. 프리지아를 맹렬하게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우리 각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백화점 개장 시간에 맞춰 샤넬 매장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그는 "브랜드 입장에서 가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물건을 훔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콘텐츠 저작물에 대한 공짜 다운로드가 범죄가 된 것처럼 가품을 제작해서 판매하는 것 뿐 아니라, 이를 구매하는 것도 잘못된 일이라는 도덕적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인플루언서들이 돈을 받고 제품을 홍보하면서 마치 자신이 실제로 구매한 것처럼 영샹을 올린 2020년 '뒷광고 사태'에 필적하는 파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뒷광고란 금전적 대가를 받은 광고를 마치 자신이 구매한 것처럼 만든 영상을 말한다. 당시 유명 스타일리스트 한예연과 다비치 강민경 등이 뒷광고 논란이 됐고 한혜연씨는 공식 사과를 한 뒤 한동안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활동을 재개했지만 예전과 같은 인기를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명품업체에서 일하는 관계자 B씨는 "고객들은 믿었던 유명인사의 진정성 없는 모습, 대중을 기만하는 모습에 큰 거부감을 느낀다"며 "프리지아는 사람 자체가 상품성이 뛰어나고 뭘 걸쳐도 예쁜 매력을 가졌는데 굳이 가품을 걸쳐서 '영앤리치'로 보이고 싶다는 욕망에 일을 그르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짝퉁 논란'에 휩싸인 유튜버 겸 방송인 송지아 /사진=유튜브 채널 '프리지아'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