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도 아닌데, 방역 체크까지 어떻게…" 1인 자영업자는 웁니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2.01.2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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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직원이 영업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17일 오전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직원이 영업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서울 한 대학가에서 홀로 식당을 운영하는 정모씨(38)는 최근 구청에서 '방문기록을 제대로 관리해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행정처분을 받지는 않았으나 신경이 곤두서 정문에 'QR코드를 꼭 찍어 주세요'라는 안내문을 써붙였다. 정씨는 "홀로 주문부터 요리, 청소까지 다 담당하다 보니 방역 업무는 제대로 못할 때가 있다"며 "운영도 빠듯한데 출입 관리 알바를 쓸 수도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코로나19(COVID-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 '1인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방역 과부하가 한계에 달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세한 규모여서 인력을 늘릴 수 없지만 출입 관리와 접종여부 확인 등 방역 관련 업무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자영업자들은 확진자가 늘수록 부담이 커진다며 방역체계 개선을 촉구했다.



2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역대 최다 규모인 1만4158명이다. 델타 변이보다 전염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면서 사흘 만에 더블링(기존 확진자보다 2배 이상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났다. 2~3주 뒤면 위중증 환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데다 설 연휴를 앞두고 있어 모든 방역지표가 악화될 전망이다.

직격탄을 맞은 것은 자영업자들이다. 당장 '대목'으로 꼽히는 설 연휴가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방역당국은 6인 모임·밤 9시 영업시간 제한 등 강력한 방역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1인 자영업자들은 확진자가 늘수록 방역 업무가 늘어난다고 호소한다.



경기 성남시 서현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윤모씨(36)는 "매출은 줄어드는데 해야 할 일은 계속 는다"라며 "슈퍼맨도 아닌데 혼자 커피 내리면서 방역 체크까지 어떻게 하나"고 한숨을 쉬었다. 윤씨의 카페는 지난해 평균 매출이 40% 가량 줄면서 고용 중이던 아르바이트생 1명을 해고했다. 그러나 테이블·의자 소독과 출입 관리, 백신 접종 여부 확인 등 업무 부담이 있어 여자친구가 무급으로 함께 일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소규모 주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가게 안 테이블이 4개인데 테이블당 3명만 잡아도 12명을 혼자 들여다봐야 한다"라며 "부득이할 경우에는 손님 자발적으로 출입체크를 하도록 하지만 확인을 다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결국 문제는 영업제한"… 방역패스 철회하라는 1인 자영업자들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대 회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분노와 저항의 299인 릴레이 삭발식’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2022.1.25/사진 = 뉴스1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대 회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분노와 저항의 299인 릴레이 삭발식’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2022.1.25/사진 = 뉴스1
자영업 단체들은 운영시간 제한과 방역패스 철회 등 영업 제한조치가 철회되지 않는 이상 같은 피해가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2차 접종은 180일 후 유효, 3차 접종은 직후 효력이 발휘되는 방역패스 관련 조건이 지나치게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사무총장은 "영세하거나 고령의 1인 자영업자들은 매장 운영도 벅찬데 방역패스 확인과 출입 관리 등 방역 관련 업무까지 도맡으면서 손실은 물론 부담이 한계에 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업시간 확대와 방역패스 도입 즉각철회 등 매출을 상승시킬 수 있도록 해 줘야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는 등 부담이 해소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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