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건물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설 명절 전후 현장 휴무 눈치보기…안전관리 조직 확대
명절 휴일 전후로 작업에 속도를 내서 준공을 앞당기려 했던 예전 모습과 달라진 것이다. 공기 단축에 따른 이익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중대재해법 첫 적용을 받지 않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HDC현산 사태를 보면서 중대재해법 이후 회사가 어떤 피해를 받게 될지 가늠할 수 있었다"며 "경영진 형사처벌은 물론 기업 이미지 타격에 따른 손실이 매우 커서 당분간 현장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현장 붕괴 사고 11일째인 21일 오후 붕괴 된 아파트 인근 기울어진 크레인에서 관계자들이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당국은 오늘 대형 크레인 2대를 이용해 기울어진 타워크레인을 해체한다. 작업 완료 때까지 타워크레인 반경 79m에 대피령을 내렸다. /사진제공=뉴시스
GS건설,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도 안전분야 조직을 확대하고 CSO를 임명하는 등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조직을 정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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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업계 최초로 작업중지권(현장 근로자가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작업을 일시 중단하고, 이에 따른 비용은 시공사가 부담)을 도입한 삼성물산은 제도 시행 1년 성과를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른 건설사도 점차 작업중지권 보장을 확대할 전망이다.
◆광주 사고로 중대재해법 개정 동력 약화…건설안전특별법 추가 개정은 반발
업계는 그러나 중대재해법을 완전히 회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조직 인력을 늘리면 분명 현장 사고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각 현장 진도율과 공정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중대재해법 첫 적용 사례가 어떤 결론이 날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를 비롯한 건설 유관 단체는 2020년부터 중대재해법 개정을 요청했다. 처벌 범위가 광범위하고, 최고경영진에 직접 책임을 물을 경우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에서다. 하지만 최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이런 목소리를 내기 부담스러워진 상황이다.
화정 아이파크 사고 이후 당정이 건설안전특별법 개정을 추가 검토하는 것에 대해선 과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한건설협회 등 14개 건설단체는 지난 9일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안전특별법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복되고, 중대재해법 시행 성과를 검토한 이후 제정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돈·인력이라도 있지...'중대재해법'이 더 무서운 中企
(서울=뉴스1) =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관내 공사현장에서 건축과 공무원, 건축사, 건축구조기술사로 구성된 합동점검단이 긴급 점검을 하고 있다. 양천구는 향후 계속 진행될 긴급 현장점검 결과, 경미한 지적사항은 그 자리에서 즉시 시정 조치하고, 중대한 결함이 발견될 경우 응급조치 및 별도 보완대책을 마련해 안전조치가 취해지도록 철저하게 관리·감독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양천구청 제공) 2022.1.14/뉴스1
오는 27일부터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이같이 토로했다. 코로나19(COVID-19)로 대출한도가 임계점에 다다른 상황에서 추가 융자조차 어려운데 전문인력을 채용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대기업에 비해 인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은 눈앞으로 다가온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혼란과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원청의 지시를 받아 현장에 투입되는 하청기업의 경우 주도적인 안전관리체계를 수립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달 중소기업 중대재해처벌법 설명회에 참여한 한 건설기업 관계자는 "원청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모든 것을 지시하는 상황에서 별도로 하청기업이 (원청의 지시를 받지 않고) 안전관리체계를 수립해야 하느냐"면서 "현장 관리소장이나 안전관리책임자도 모두 일용직이고 1년이면 모두 떠나는 사람들인데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17일 대전지방노동청에서 직원들이 사업주에게 전달할 중대재해처벌법 안내 책자와 관련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한다. 관련 정보는 중대재해처벌법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2.1.17/뉴스1
산업재해를 줄이자는 당초 취지는 사라지고 엉뚱한 곳만 부유하게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장욱 신동아종합건설 사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매출의 1%에 불과한 수익에서 20~30%가 법률자문비로 나가고 있다"며 "이 법의 최대 수혜자는 로펌과 안전관리회사, 컨설팅업체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전에 대한 비용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손해를 보지 않기위해 최소한의 시늉만 하게 될 것"이라며 "만약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업가는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그렇게 되면 회사 직원 가족들의 생존권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이유로 중소기업계는 정부에 5대 건의사항을 전달한 상황이다. △의무사항을 충실히 수행하고 고의 중과실이 없는 경우 면책 근거규정이나 해석 △한시적 계도기간 부여 △안전보건설비 등에 대한 대대적 지원 △안전관리 전문인력 인건비 지원 △정부 컨설팅사업 참여시 인센티브 부여 등이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법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막막한 기업들이 많다"며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