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아이브 '일레븐' 뮤직비디오 스틸컷
멤버 장원영의 얼굴을 보자. 그를 바라보는 여성들의 반응은 대체로 감탄이다. 남성에게는 화려하고, 여성에게는 닮고 싶은 얼굴. 요즘의 워너비상으로 꼽히는 얼굴류 중 한 명이다. 무대 밖에서 장원영은 대체로 말투가 똑부러지고, 자아가 잘 성립된 주체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고, 과거 수학경시대회 금상 수상 전력까지 있다. 장원영으로 표상되는 아이브의 이미지도 이와 같다. 짧은 플레어스커트를 입고 다리를 훤히 드러내지만, 부수적인 코디로 노골적인 섹시를 가지지 않고, 캐주얼룩 사이에 교차적으로 슈트를 입고 나와 크러시를 강조한다. 당당함을 수반한 아이브는 '아이즈원 출신' 대신 'Z세대 워너비'로 서서히 수식을 바꿔나간다.
사진출처=아이브 '일레븐' 뮤직비디오 스틸컷
'일레븐'은 지금까지 크러시 콘셉트를 내세운 걸그룹들이 어떻게 차별을 드러내는 가의 답을 보여준다. 곡 하나에 다양한 장르를 분절적으로 담고, 변주 구간마다 음절의 높낮이를 쓰나미처럼 몰아쳐낸다. 가사의 화자는 지극히 자기애적이다. 마지막 가사에서 '내 앞에 있는 너를 그 눈에 비친 나를 사랑하게 됐거든'이라고 노골적이게 매듭 지은 것만 봐도 그렇다. 이를 옮겨낸 퍼포먼스는 바닥과 하늘을 가리지 않고 사방으로 뻗는다. 선이 고운가 하면 갑자기 크러시한 폭발력이 터져나오고, 몸매를 부각한 퍼포먼스는 절대 하지 않는다. 퍼포먼스를 자세히 뜯어보면 보이그룹의 것과 더 흡사하다. 표정은 딱 한가지를 운반한다. 자기애. 장원영의 클로즈샷은 자신감에서 뻗어나온 우월감 가득한 표정의 정석을 보여준다. 이들이 내고 짓는 것들은 보여주기 식이 아닌, 나르시시즘에 가깝다.
사진출처=아이브 '일레븐' 뮤직비디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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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브는 노래와 일상에 있어 본인들이 절대적인 주도권을 쥔다. 그간 여타 걸그룹들의 방향과는 좀 다른 부분이다. 타인에게 적당히 맞춰주는 식으로 '아닌 척 하는' 내숭을 떨쳐내고, 자기과신으로 화자를 발 아래에 둔다. 팜므파탈을 원형으로 하는, 장원영의 오묘한 이미지로부터 상징되는 스웨그다. '일레븐'은 걸그룹의 노래 중에서도 가장 철저하게 소수의 취향을 자극한다.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터져 나오는 슬로 장치의 독특함처럼.
그러나 아이브에 대한 질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 그룹은 웃음도 상업이 되는 아이돌 시장에서 자신들의 감정을 소비하지 않는 방식으로 성공했다. 잘 보이기 위한 절박함보단, 좋아서 하는 일의 만족감으로 말이다. '일레븐'은 이 질문에 대해 음악적으로 호전적인 답을 내놓았다. 유독 타인의 시선에 가치를 두는 이 시장에서, 남이 아닌 나의 시선으로 정립하는 행동들. 윤여정을 비롯해 여배우들은 진작 이러한 변화를 조금씩 보여왔지만, 걸그룹들은 좀처럼 용기내지 못했던 영역. 신인 걸그룹의 역사에 있어 흥미로운 변화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