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남, 그동안 무시받아…남성들 반발 안할 여성정책 나올것"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안채원 기자 2022.01.19 10:24
글자크기

[the300][인터뷰]장예찬 국민의힘 청년본부장 "이재명 청년정책은 '좌충우돌'"

17일 장예찬 국민의힘 선대본부 청년본부장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17일 장예찬 국민의힘 선대본부 청년본부장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이대남(20대 남성)'은 그동안 정치적으로 가장 소외받고 외면받고 무시받았던 세대가 아닌가. 지금 발언권이 커졌다지만 과하거나 지나치다고 보지 않는다."

장예찬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청년본부장은 지난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를 갖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청년 정책이 2030 세대 일부 남성에 치중돼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윤 후보는 선대본 개편 후 청년에 더욱 집중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원 보장 등 공약을 내놨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표심을 되찾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일각에서 편향적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장 본부장은 이에 대해 "온라인 여론을 주도하는 층이 이대남이라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 이분들이 득표나 여론조사에서 정책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영하는 고관여층이 된 것 같고 온라인 상에서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적극 만들어 기성세대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에서 권력셩 성범죄가 연달아 터지면서 민주당을 지지했던 여성들이 돌아선 가운데 상대적으로 2030 남성에 대한 구애가 많아진 건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이대남들의 발언권을 줄일 게 아니라 여성 공약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 본부장은 "1월1일 선대위 회의에서 큰절을 할 때를 기점으로 윤 후보가 변화를 택했다고 생각한다"며 "청년 간담회 때 청년들이 쓴소리 하고 자리에서 박차고 나가도 후보는 뽑기를 잘했다고 흡족해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대위 때부터 주장해오던 게 개편과 함께 빅뱅처럼 터졌다. 일할 맛이 난다"며 "이재명 후보의 청년정책이 '좌충우돌'로 비춰지는 반면 윤 후보는 일부 반발도 사지만 변화의 과정들이 설득력 있게 보여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변화와 쇄신’ 청년보좌역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변화와 쇄신’ 청년보좌역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다음은 장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선대본 개편 후 무엇이 가장 변했나.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해졌고 30대 실무진의 발언권이 강해졌다. 예전에 킬됐던 것들이 후보에게 올라가 선택될 수 있게 됐다. 여가부 폐지도 청년공약에서 발전된 거다. 청년이 밀어붙이는 정책 메시지와 관련해 누구랑 싸우고 설득하는 데 시간이 안 들어가게 된 거다.


-청년들 의견이 후보에게 전달되는 소통구조가 어떻게 되나.
▶선대본 상황실을 통해 바로 올라가는데 2030 참모진 의견이라면 무겁게 받아들이고 존중하려는 기조가 생긴 것 같다. 청년보좌역들이 단체대화방에서 별의 별 의견을 다 내는데 그것을 청년본부 실무진들이 정리해서 A4용지 3매 정도로 매일 아침 전달한다. 윤 후보뿐 아니라 권영세 사무총장, 윤재옥 상황실장 등이 받아본다. 청년보좌역은 42명으로 여성은 30% 정도다.

-윤 후보가 초반에 '꼰대' 이미지가 강했는데 캠프에 합류한 이유는.
▶경선 전부터 다른 면을 봤다. 혼자 다른 의견을 말해도 웃으면서 "우리가 꼰대라 그렇다"며 제 의견이 맞다고 해주셨다. 논란이 됐던 이번 달 청년간담회 때 청년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니 저는 지지자들로부터 문자폭탄을 받았다. 근데 후보는 간담회 후 청년들 뽑기를 잘했다고 흡족했다. 처음엔 보여주기식 아니냐 의문이 있었지만 캠페인을 바꾸는 획기적 시도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청년보좌역을 둔다고 했는데 경험치가 쌓이는 거다.

-'한줄 공약'이 파급력은 있지만 중대한 정책 설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크게 두 가지 비판이 있는데 우선 이대남 친화적이라는 부분은 전혀 그렇지 않다. 여가부는 여성 절반이 찬성하고 병사 월급은 병사를 가족으로 둔 온가족 공약이다. 둘째로 형식인데, 심상정, 이재명 후보가 따라하는 걸 보라. 기존 정치권의 보도자료 방식이 얼마나 소구력 있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정치권이 변화에 가장 느린 집단인데 드디어 마케팅의 다양한 기법을 쓰게 된 거다. 청년 내부에서도 한줄 공약을 남발해선 안 된다, 진중하게 설명을 자세히 곁들이자, 2030 위주로만 가면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선 때 양성평등가족부를 주장하다가 아예 폐지를 결단한 계기는.
▶작년 10월 공약에서도 여가부에 대한 비판의식은 컸다. 다만 윤 후보가 젠더갈등을 사회 저성장으로 생긴 부수적 현상으로 봤다가 청년들을 만나면서 이게 젊은층에게 본질적 문제라는 인식을 하게 됐다. 젠더갈등을 오히려 확산시키는 부처는 명확히 폐지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거다. 내부에서도 교수 등의 반대가 있었다. 여가부 존치의 역사성이 있음에도 회의론이 임계점에 도달했기에 후보가 결단한 것이다.

17일 장예찬 국민의힘 선대본부 청년본부장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17일 장예찬 국민의힘 선대본부 청년본부장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과거 어느 대선 때보다 여성 정책, 여성 표심이 소외받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온라인 여론을 주도하는 층이 이대남이란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들이 득표나 여론조사에서 정책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관여층이 된 것 같고 기성세대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편 그동안 정치적으로 가장 소외받고 외면받고 무시받았던 세대가 아닌가. 이대남들에게 발언권을 낮추라 할 게 아니라 여성공약을 덧붙이는 식으로 가야 한다. 여성 정책은 내부적으로 많이 고민하고 있다. 파격적인 방식을 고민해 1월 안에 짠 하고 나올 거다. 여성공약을 발표할 때도 여성에게 도움 되면서 남성들이 반발하지 않을 것들을 준비하고 있다. 균형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 이번 선거에서 여성들 목소리가 무시당한다는 생각을 전 해본 적이 없다.

-국민의힘이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대남'으로 과대표상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특정 커뮤니티라고 하기에는 실제 여론조사에서 반등하는 게 보인다. 신속하고 파격적인 방식은 여성들에게도 일정 부분 소구력 있게 다가간다고 본다. 선대본 개편 후 1, 2주가 지났는데 전 세대와 전 연령을 아우르는 건 불가능했다. 2030 남성들에게 많이 어필했다는 자체 평가와 전 성별 연령으로 넓혀 나가자는 의견이 나와 후보께 보고를 드렸다

-윤 후보가 이준석 대표와 갈등을 봉합한 후 '이준석식 공약'이 나온다는 평가가 있다.
▶이 대표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이 대표는 59초 쇼츠, AI(인공지능) 윤석열 등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건강한 협업관계다. 이 대표와 갈등 봉합 후 캠프 내에서 일하는 2030 보좌역들에게 힘이 더 실리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

-청년정책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가장 큰 차이는 뭔가.
▶이 후보는 기민하고 변화에 능하다는 게 장점인데 그래서 신뢰할 수 없기도 하다. 어느 날은 펨코, 디씨에 '이대남을 중시해야 한다'고 올렸다가 어느 날은 청년들 반발에도 (페미니즘 이슈를 주로 다루는) 닷페이스에 출연한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게 좌충우돌로 받아들여진다. 윤 후보는 일부 반발을 사기도 했고 변화도 있었지만 그 과정들이 설득력 있게 보여진다. 당사 앞에서 신지예 전 수석부위원장 영입에 반대하는 청년들과 얘기를 나누는 등 후보가 변한 과정에 레퍼런스가 있었다. 이 후보는 진폭이 큰데 어떤 소통과정이 있었는지가 없다. 이미 40대인 김남국을 청년 대변인으로 쓰는 것 자체에서 신뢰가 떨어진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