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리더십' 이젠 안 통한다…직원들도 등 돌린 카카오, 해법은?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윤지혜 기자 2022.01.13 09:00
글자크기

[MT리포트] 국민기업 카카오, 변해야 산다(下)

편집자주 대한민국 IT혁신의 상징이던 카카오의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다. 성장과 과실만을 지향하던 스타트업식 사고가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카카오의 당면과제를 짚어본다.

희미해진 김범수 리더십..'그립'잡고 상생안 서둘러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난해 10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사진(뉴시스)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난해 10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사진(뉴시스)


카카오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언했던 추가 상생안이 해를 넘겨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카카오페이 사태가 벌어졌고, 상처 난 국민의 신뢰는 아물지 못했다. 그간 자세를 낮췄던 김범수 이사회 의장도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12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김 의장이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약속한 카카오 추가 상생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김 의장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노력을 뼈를 깎는 심정으로 하겠다"며 상생안 수립·이행을 약속한 바 있다.



추가 상생안은 물론 카카오가 국감 한달전 약속한 1차 상생안 이행 역시 미진하다. 카카오는 △골목상권 논란 사업 철수 및 혁신 사업 중심으로 재편 △파트너 지원 확대를 위한 기금 5년간 3000억원 조성 △케이큐브홀딩스 사회적 가치 창출 집중 등을 내걸었다.

3000억원 기금은 계열사 간 상생기금 배분이 결정되지 않는 등 운용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다. 계열사간 불협화음이 상생안 마련에서도 드러난 것이다. 케이큐브홀딩스의 활동도 외부로 알려진 바가 없다. 일각에서 카카오가 여론이 추이를 지켜보는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초 김 의장이 재산의 절반인 약 5조원을 사회 환원하겠다고 한 것도, 재단 설립 이후 구체적인 행보가 보이질 않는다. 카카오가 건립 중인 교육연구시설에 AI(인공지능) 캠퍼스를 설립하는 방안 정도가 거론된다.

잇단 논란에 리더십 흔들…전문가 "김 의장 생각도 바뀌어야"

'형님 리더십' 이젠 안 통한다…직원들도 등 돌린 카카오, 해법은?
일각에서는 '김범수 리더십'을 재정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의장 스스로도 국감에서 한 약속을 지키려는 '솔선수범'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계열사의 빠른 성장을 위한 '100인의 CEO'(최고경영자) 전략도 최근에 이르러서는 자율을 넘어 방임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카카오 초기 멤버 등 측근들을 주요 보직에 기용하는 '형님 리더십'이 신속과감한 의사결정으로 효과를 발휘한 반면 최근 일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 의장과 동고동락한 일부가 의사결정에 주로 참여하는 구조"라며 "동기부여를 위해서라지만 보상이 지나치게 많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 의장 스스로 성장과 함께 상생을 고민하는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신설하는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조직운영 철학과 업무조율, 경영 효율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까지는 회사를 성공하게 만들고, 그런 것들을 동기부여 하는 리더십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며 "카카오 경영진들이 모여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공감대를 빠르게 형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도 "김 의장도 혁신적이고 성공한 창업가 중 한 사람이지만, 이제 본인이 성공하던 2010년대와는 분위기가 또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사회가 요구하는 책임있는 경영 같은 것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먹튀 사태' 카카오에 큰 상처, 직원-경영진 갈등봉합 시급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오피스의 모습. / 사진=뉴스1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오피스의 모습. / 사진=뉴스1
카카오페이의 스톡옵션 '먹튀 사태'는 카카오 전체 구성원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 경영진과 크루(직원) 사이의 간극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카카오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경영진과 직원 간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카카오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류영준 카카오 신임 대표 내정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에는 1900명이 넘는 직원이 실명으로 동의했다. 카카오가 창립이래 게시판글중 가장 많다.

카카오 노동조합은 류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며 창사 이후 첫 쟁의까지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경에는 카카오 공동체가 급성장하는 가운데서도 직원들에게는 별다른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깔렸다. 류 대표의 먹튀 논란이 평소 경영진에 가졌던 반감에 불을 지핀 셈이다.

류 대표의 자진 사퇴로 쟁의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카카오 노조 측은 "이번 사태로 구성원들이 느끼는 상실감이 감히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깊다"며 "구성원들의 상처 회복을 위해 노력할 때"라고 지적했다.

카카오페이 직원들의 경우 IPO(기업공개)를 위해 함께 힘써왔는데 경영진이 과실을 독식했다는 상실감을 내비치고 있다. 카카오페이 사내 메신저에는 일부 직원들이 '배신감을 느꼈다', '신뢰를 잃었다' 등의 표현을 쓰며 경영진을 거칠게 비판하기도 했다.

한 카카오페이 직원은 "경영진의 무심한 태도에 간담회를 하고 오히려 더욱 소통의 장벽을 느꼈다"며 "상장을 위해 직원들이 어렵게 일했던 부분은 전혀 고민하지 않는 것 같아서 화가 났다"고 말했다.

카카오에서는 성장의 과실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에도 IT·게임업계 연봉 인상 행렬에 동참하지 않아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기도 했다.

이에 카카오는 1인당 최대 600주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했으나, 현 주가는 행사가(11만4040원)를 훨씬 밑도는 상황이다.

반면 경쟁기업인 네이버는 3년간 10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는 '스톡그랜트'를 비롯해 '스톡옵션'과 '주식 매입 리워드'를 도입해 직원 보상을 강화했다. 일찌감치 노사 갈등을 겪은 탓에 다양한 보상체계를 마련할 수 있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거대 조직으로 거듭난 만큼 경영진과 직원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장기 스타트업처럼 목표만 보고 독려하는 방식으로는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함께 성장할 생각을 해야지 경영진의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내부 직원들을 만족시키고 난 이후에야 외부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