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대표 "사노피 1.3조 기술수출 이중항체, 올해 추가성과 낼 것"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2.01.1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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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신약 후보물질 'ABL301' 佛 사노피에 1.3조 규모 기술수출
단기 수령액만 이례적 1440억원…높은 기술·물질 신뢰도 방증
"올해 면역항암제 임상 1상 3건 도출, 뇌질환 분야 추가 논의 진행 중"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사진=에이비엘바이오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사진=에이비엘바이오


"빅파마(대형 제약사)가 기술력에 도장을 찍으면서 가치를 확실히 입증했습니다."

에이비엘바이오 (25,500원 ▼300 -1.16%)가 글로벌 대형 제약사 사노피에 1조원대 파킨슨병 신약 후보물질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이중항체 전문 기업으로 다수 면역항암제 기술수출에 이어 가능성에 그쳤던 뇌질환 분야에서의 대형 성과다. 특히 높은 기술 신뢰도를 바탕으로 기존 기술이전 계약에서 찾아볼 수 없던 거액의 단기 유입금을 확보하며, 글로벌 신뢰도를 한껏 끌어올리게 됐다.

전날(12일)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머니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선례를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번 계약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손에 꼽히는 딜(Deal)로 평가될 것"이라며 "회사 입장에서도 기술력이 인정받은 주요 성과지표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12일 회사가 개발 중인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이중항체 후보물질 'ABL301'의 개발 및 상업화 글로벌 독점 권리를 사노피에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임상 1상 시험까지는 에이비엘바이오가, 이후 상업화까지는 사노피가 담당한다.

최근 국산 바이오 기술수출 규모가 해마다 최대 기록을 경신하며 많은 사례를 배출해 왔지만 이번 계약의 의미는 남다르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에 조(兆) 단위 수출에 성공한 것은 물론, 대규모 단기유입자금을 보장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계약의 총 규모는 10억6000만달러(약 1조2720억원)다. 이 중 반환 의무없는 계약금(업프론트)만 7500만달러(약 900억원), 단기 기술료(마일스톤) 4500만달러(약 540억원) 등 단기 유입자금만 1440억원에 이른다. 지난 2020년 매출액 81억원의 18배에 달하는 액수다. 여기에 제품이 상용화될 경우 순매출액에 따라 별도의 경상기술료(로열티)도 받는다.



특히 업프론트로만 전체 계약금액의 7.8%를 확보했다. 국내 바이오 기술수출 사상 최대는 물론, 전체 글로벌 계약 가운데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다. 개발 단계에 따라 총 계약금을 순차적으로 수령하는 바이오 기술이전 계약에서 후보물질에 대한 1000억원에 가까운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보장은 기술력과 물질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방증이다.

이번 계약의 심도있는 논의는 지난해 JP모건헬스케어 컨퍼런스를 통해 본격화 됐다. 다수의 대형 파트너 후보 가운데 치매가 아닌 중추신경계(CNS) 질환 중 파킨슨병 쪽으로 초점을 맞춘 사노피의 전략과 에이비엘바이오의 강점이 잘 맞아 떨어졌다. ABL301은 약물의 혈액뇌관문(BBB) 침투율을 향상 시키는 플랫폼 기술 '그랩바디-B'(Grabody-B)를 기반으로 한 이중항체 후보물질이다.

올해 6조원에 이르는 시장 규모 전망에도 아직 파킨스병에 대한 근본적 치료제는 없는 상태다. 대부분의 치료제 또는 후보물질 투과율이 낮아 증상완화에 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ABL301은 파킨슨병 발병 원인인 알파-시뉴클레인(alpha-synuclein)의 축적을 억제하는 항체를 뇌 안으로 효과적으로 전달해 치료효과를 극대화 한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기술력에도 시가총액 150조원이 넘는 대형 파트너답게 계약체결을 위한 사노피의 실사는 깐깐했다. 결국 기술력으로 높았던 사노피 기준을 만족시키며 좋은 조건의 계약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상훈 대표는 "지난해 봄 시작된 실사가 여름을 거쳐 막바지엔 수시로 진행되는 등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쳤다"며 "꼬박 1년이 걸리는 시간 동안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만큼 정확한 검증을 통해 결국 기술력과 물질의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좋은 조건의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면역항암제와 주축을 이루는 뇌질환 분야 굵직한 성과로 주목도를 끌어올린 에이비엘바이오는 높아진 위상을 기반으로 올해 추가 성과 도출에 나선다. 올해 기대되는 성과는 지난해 나란히 임상 1상에 진입한 면역항암제 이중항체 ABL-503, ABL-111, ABL-501이다. 연내 순차적으로 1상 결과들이 도출되면 추가적인 기술수출 성과도 가시권에 들어올 전망이다.

뇌질환 치료제 분야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높은 개발 난이도에 상대적으로 경쟁자가 적은 상황에서 사노피와의 계약을 통해 주목도가 한층 높아졌다. 이미 기존 사노피 외 논의가 진행 중이던 대형 제약사를 비롯해 다수 파트너 후보들과 뇌질환 플랫폼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파킨슨병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등까지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개발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올해 JP모건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도 단순 미팅에 그치는 것이 아닌 기존에 맺어진 관계를 구체화 시키는 미팅이 많아졌다"며 "사노피 계약을 이끌어 낸 지난해와는 또 다른 의미가 있는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증된 기술이전을 통해 많은 업프론트와 마일스톤 만으로도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며 "향후 회사 규모가 확대되면 임상 2상까지 자체적으로 수행 후 보다 높은 가치로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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