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가 발표한 2020년 연료별 전기 생산 비중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관련 데이터 집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비중이 43.1%로 화석연료(37.7%)를 앞질렀다. 신재생에너지 상승은 풍력발전(24%), 그 중에도 해상풍력 발전(13%)이 이끌었다.
(글래스고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10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서 시위대가 '1.5도'라고 쓴 손바닥을 들어 보이며 기후 위기 대응책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C) 로이터=뉴스1
이를 바탕으로 2014년 영국의 해상풍력 산업을 현 수준으로 끌어올린 발전차액정산제도(CfD)가 만들어졌다. CfD는 보장 기준가격을 정한 뒤 실제 시장에서 형성되는 전력판매가격과의 차이를 영국 정부가 발전사업자에게 보전하는 제도다. 정부가 수익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 영국 정부는 그린수소에도 CfD를 도입할 계획이다.
해상풍력 산업계가 英 정부에 '섹터딜' 선제안…2026년까지 직·간접 일자리만 6만980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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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터 딜에는 △목표달성 방안 △전문 인력 양성 △인프라 구축 △경영 환경 △목표 기한 △투입 예산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된다. 해상풍력 섹터 딜에는 2030년까지 CfD 5억5700만파운드(약 8800억원) 한도 지급, 자국산 부품 60%까지 확대, 해상풍력 산업 여성인력 비중 3분의 1 이상으로 확충, 수출액 26억파운드(약 3조 9000억원) 달성 등의 목표가 담겼다.
현지 업계 관계자들은 영국 해상풍력이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이상 지속되는 정부의 일관된 지원 정책 덕분에 성공했다고 입을 모은다. 영국 정부는 산업계와 함께 합리적인 시행 방안과 지원제도를 만들며 신뢰를 쌓았다.
영국 해상풍력업계 한 인사는 "정부가 목표치를 제안하면 우리(산업계)는 믿고 따른다"며며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 특성상 정부와 기업간에 신뢰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런던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보리스 존슨 영국 신임 총리가 25일(현지시간) 런던 하원에 출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영국 철새 샌드위치제비갈매기. 멸종위기 '관심' 등급 조류다./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해상풍력을 주요 신재생에너지원으로 발전시키려 했던 영국의 고민도 비슷했다. 해상풍력이 육상풍력보다는 주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덜하다는 게 당시 평가였지만 실제로 별다른 영향이 없는지 증거가 필요했다. 영국에서 해상풍력 사업을 주도하는 기업 에퀴노르는 무인 보트, 소형 GPS 등 첨단 모니터링 기술을 통해 해상풍력의 안전성을 입증했다.
지난 11월 30일 영국 런던 사무실에서 해나 매리 굿래드 에퀴노르 신재생에너지 부문 발틱지역 사업개발 그룹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이강준 기자
굿래드 그룹장은 2017년 완공된 '더전(Dudgeon)' 고정식 해상풍력 단지와 같은 해 운영한 세계 최초의 부유식 단지 '하이윈드(Hywind) 스코틀랜드'의 환경 변화 여부를 살피고 지역사회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 업무를 총괄했다. 첨단 기술을 통한 지역 해저 탐사와 조류 모니터링도 그가 주도했다.
영국 더전(Dudgeon) 고정식 해상풍력 발전 단지/사진제공=에퀴노르
크로머가 있는 잉글랜드 노퍽 카운티 해변엔 멸종위기 '관심' 등급인 샌드위치제비갈매기의 서식지가 있다. 샌드위치제비갈매기는 매년 초여름 이곳으로 와 알을 낳고 겨울엔 풍력 터빈이 설치된 영국 북해를 건너 지중해 남부로 이동한다.
GPS 로거(logger)를 부착한 샌드위치제비갈매기 모습/사진제공=Statoil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 하이윈드 스코틀랜드에서는 태양광·풍력을 이용해 떠다니는 무게 60㎏, 길이 2m의 소형 무인 보트를 이용해 단지 부근 물고기의 종류와 이동 패턴, 개체 수 등을 분석하는 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에서도 풍력단지 설치 이후 주목할 만한 환경·생태 변화가 포착되지 않았다. 해상풍력으로 유의미한 환경 악영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 실증된 것이다.
어류 탐사선 소형 무인 보트(Autonomous Sailbuoy)/사진제공=Akvaplan
(런던 AFP=뉴스1) 이정후 기자 = 2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많은 비가 내려 물에 잠긴 도로를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이번 폭우로 일부 도로가 폐쇄됐고 버스가 도로에 갇히기도 했다. (C) AFP=뉴스1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풍력발전이 오히려 기후변화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말 영국의 전기요금이 연초보다 2.4배 폭증한 것도 풍력발전에 집중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풍력발전 역시 다른 신재생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초기 건설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만큼 정부의 의지와 꾸준한 보조금 정책 없이는 자리잡기 힘들다.
굿래드 그룹장은 "지난해 풍량이 급격히 감소한 게 일상적인 변화라고 보진 않는다"라며 "앞으로의 풍황을 속단하기는 이르고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끄럽다는 주민들 항의...풍력'섬'은 이렇게 탄생됐다
영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이 사는 곳에서 제법 떨어진 해상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방식을 검토했지만 기존의 고정식 해상풍력은 지반 문제를 비롯한 설치조건의 제약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데다 근해에 설치할 경우 소음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이 여전히 골칫거리였다.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는 이런 고민 끝에 탄생했다. 부유식 풍력발전은 바다 위에 유전을 설치해 석유를 뽑아내듯 인공 섬을 만들어 그 위에 발전기를 건설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1월29일 영국 런던에서 만난 소냐 치리코 인드레뵈 에퀴노르 부유식 풍력발전 부문 상무는 "육지와 거리, 수심과 상관없이 최고의 바람을 찾아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다는 게 부유식 해상풍력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소냐 치리코 인드레뵈 에퀴노르 부유식 풍력발전 부문 상무/사진제공=에퀴노르
이 발전단지는 영국 풍력단지 중에서도 가장 높은 효율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 에너지 통계 앱 '에너지 넘버스'에 따르면 2020년 하이윈드 스코틀랜드의 연간 최대 효율은 57.1%에 달했다. 이 기간 하이윈드 스코틀랜드 최대 발전 용량(30㎿)의 57.1%에 해당하는 전력이 생산됐다는 의미다. 풍력발전은 바람이 너무 약해도, 강해도 작동되지 않기에 일반적인 효율이 30~40%대에 그친다.
인드레뵈 상무는 하이윈드 스코틀랜드의 성공 요인을 북해 최적의 장소라는 지리적 이점과 더불어 에퀴노르만의 '모션 컨트롤러' 기술을 꼽았다. 영국 북해에서도 바람이 일정하게 강한 곳과 그런 바람을 제대로 받아내는 기술력의 결합이 최고의 발전 효율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에퀴노르의 모션 컨트롤러는 풍력발전기의 터빈과 날개를 바람 방향에 맞춰 각도를 조정하는 기술이다. 평소에는 편서풍이 강하게 불기 때문에 풍력발전기가 서쪽을 향하지만 계절이 바뀌면서 풍향이 변하면 발전기 각도를 조정해 발전 효율을 끌어올린다.
고난도 기술이지만…'효율' 좋아 韓 울산 앞바다에도 도입
에퀴노르가 울산에서 단독으로 추진 중인 반딧불(Firefly)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의 일러스트. 해당 단지는 800MW급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이 될 예정이다. /사진제공=에퀴노르
영국 북해지역은 평균 풍속이 초당 10m, 파고는 1.8m로 바람이 강한 겨울철엔 전복사고가 드물지 않을 정도로 험준하다. 발전기를 바다 위에 띄운 뒤 바람과 파도에 넘어지지 않게 해저면에 긴 줄(흡입 앵커)을 박는 작업도 난제였다.
여전히 설치와 운영이 쉽지 않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문제로 꼽히지만 뛰어난 발전 효율 덕에 부유식 풍력발전을 찾는 발걸음은 세계 곳곳에서 꾸준히 이어진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울산 앞바다에서 진행되는 반딧불, 동해1 프로젝트가 에퀴노르와 합작으로 현재 풍황 계측을 끝내고 2026년 이후 상업운전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남해안에서도 에퀴노르와 함께 2GW(기가와트) 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신재생 발전업계에서는 세계 최초의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가 성공한 배경으로 영국 정부의 파격적이고 일관된 정책 지원을 빠트릴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재생에너지 의무비율할당제도를 도입해 국내로 치면 한국전력 같은 전력 판매사업자가 전력 판매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 발전으로 공급할 것을 의무화했다. 신재생에너지 구매량에 비례해 정부가 판매사업자에게 전력 비용을 환급해주지만 일정 비율을 밑돌면 벌금을 물리는 방식이다. 에퀴노르는 이 제도 덕에 다른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보다 3.5배의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인드레뵈 상무는 "한국은 2030년까지 전체 발전 중 20%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있다"며 "해상풍력에서 상당한 잠재력이 있고 목표를 세운 만큼 민관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런던 시내 걷다보면 수시로 보이는 기아車들…인기 비결은?
지난 11월 28일 영국 런던의 한 시내. 기아 니로가 정차돼있다./사진=이강준 기자
영국 런던의 한 시내에 현대차 투싼과 기아 유럽 전용 모델 씨드가 정차돼있다./사진=이강준 기자
한국에서는 기아가 현대차그룹에 흡수됐고, 현대차가 형, 기아가 동생처럼 여겨지지만 영국은 정반대다. 두 브랜드가 같은 그룹사인 사실도 잘 알려져있지 않으며 영국 소비자는 기아가 '한국 브랜드'라서가 아니라, '기아'이기 때문에 구매한다.
기아가 왜 인기가 많은지 알기 위해 유럽서 가장 큰 플래그십 매장인 런던 'GWR 기아'를 지난 11월 29일에 방문했다. GWR 기아는 히드로 공항에서 런던 시내로 들어갈 때 꼭 지나가야만 하는 자동차 전용도로 'M4' 바로 옆에 있다. 1층과 2층엔 전시장과 판매·휴게공간이 마련됐고, 3층엔 앞으로 기아 판매를 이끌 전기차 EV6가 전시돼있다.
GWR 기아 야경. 3층에 기아 전기차 EV6가 전시돼있다/사진제공=KIA UK
GWR 기아 야경. 표시된 부분이 히드로 공항에서 런던 시내로 들어갈 때 통과해야 하는 도로 'M4'다.
땅 값이 워낙 비싸 성공한 브랜드가 아니면 이곳에 매장을 낼 수 없다는 게 현지 직원 설명이다. 이곳에는 기아 말고도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토요타, 폭스바겐 등이 자리잡았다.
GWR 기아에서 차량 판매를 총괄하는 존 레이먼트 매니저는 "기아의 인기 요인은 간단하다. '차의 품질(quality)'이 좋기 때문"이라며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보증기간도 경쟁 브랜드들과 달리 7년까지 제공하는 점이 영국인들의 마음을 빼앗았다"고 설명했다.
GWR 기아 매장 내부/사진=이강준 기자
존 매니저는 전기차에도 긴 보증기간을 제공하는 게 핵심 중에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게 채 3년도 되지 않았는데 두 배 이상 긴 보증기간을 제공하는 건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영국 내에서 기아 전기차가 화재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아본 적이 없다"며 "기아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 중에서 화재나 전기차 품질에 대한 불신으로 구매를 꺼려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답했다.
"기아, 폭스바겐보다 디자인·편의사양 더 낫다"…英 소비자가 기아 매장으로 몰리는 이유
GWR 기아 매장 내부/사진=이강준 기자
이날 매장을 방문한 도나 베이츠씨는 "기아의 차는 어디 모난 곳 없이 모든 부분에서 퀄리티가 좋다"며 "솔직히 다른 브랜드엔 관심이 가지 않을 정도로 (가성비면에서) 압도적으로 좋다"고 답했다. 그는 기자의 질문에 답한 후 바로 매장에서 니로 하이브리드 구매 계약서에 서명했다.
GWR 기아 매장 내부/사진=이강준 기자
우선 '기아 차지(Kia Charge)'라는 카드를 발급해 어느 충전기든 소비자가 유럽 어디에서든 자유롭게 결제하고 충전할 수 있게 했고, 시승 프로그램도 전기차에 한해 최대 2시간까지 늘려 30분은 전기차 운용방법에 대해 교육받고 나머지 시간엔 딜러 없이 비대면으로 운전할 수 있게 고안했다.
슈테판 부르징어 기아 유럽권역본부 경영전략실장은 "EV6 등 E-GMP 플랫폼 기반 전기차를 바탕으로 2035년까지 유럽에서 완전 전동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차량 판매를 넘어서 기아가 전동화 및 모빌리티 솔루션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