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파멸콩' 일단락? 尹 "필요한 물건 산것"…정용진도 '선긋기'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22.01.11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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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노트: 대선읽기

(광주=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1.10/뉴스1  (광주=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1.10/뉴스1


정치권의 멸콩(멸공) 공방이 잦아드는 것일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10일 송도 센트럴파크호텔에서 열린 인천 선거대책위 출범식에 참석, 기자들과 만나 '멸콩' 장보기에 대해 "필요한 물건을 샀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제가 멸치 육수를 많이 내서 먹기 때문에 멸치를 자주 사는 편"이라며 "(콩은) 아침에 콩국 같은 걸 해놨다가 많이 먹어서 평소 사는 품목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로써 8일 오후부터 정치권을 달궜던 '멸콩 장보기' 논란이 일단락될지 주목된다. 국민의힘에선 이념 프레임이 불리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감지됐다.



'달파멸콩' 이런 뜻이었어?
윤 후보는 지난 8일 서울 동작구의 이마트 이수점에 들러 달걀, 파, 멸치, 콩 등을 샀다. 산 물건들의 이름 첫 자를 연결하면 '달파멸콩'이다. 달을 문재인 대통령의 별명인 달(moon)로 보면 '달파'는 '문파'(문빠)가 된다. 또는 '문 대통령을(달) 부순다(파)'는 뜻도 된다. 멸콩은 사실상 '멸공'과 같은 말로 여겨진다.

"#멸공"은 애초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SNS 글로 논란이 됐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15일 이마트 자체브랜드(PB) '피코크'의 '잭슨 피자'를 홍보하기 위해 빨간 지갑을 든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붉은색'인 걸 의식했는지 "오해 마시라"고 쓰고 "#난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해시태그도 달았다.



그의 우려대로 '오해'는 현실이 됐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친중 정책을 펴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했다. 그런데 정 부회장은 논란을 피해가기보다는 "노빠꾸"라며 '멸공'과 같은 해시태그를 인스타그램에 계속 붙이는 걸로 대응했다.

정 부회장의 '멸공'은 끝내 정치권으로 넘어왔다. 대선후보들뿐 아니라 여권의 중진, 야당 당대표 등이 일제히 '참전'했다. 윤 후보가 이마트 인증샷을 올리자 같은 당 나경원 전 의원도 이마트에서 장보는 사진을 공개했다. 나 전 의원은 멸치, 약콩 외에 '자유시간'을 구매하고 "멸공! 자유!"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진태 전 의원도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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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일베놀이" 비난..박영선도 참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9일 오전 페이스북에 "국힘 대선 후보와 정치인들의 '달-파-멸-콩' 일베 놀이"라며 "뿌리가 어디인지 보여준다"고 이들을 비판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같은 날 "특정 대기업 대형마트 장보기"라며 "가뜩이나 힘든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마음은 생각해 봤을까"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 이재명선대위에서 디지털대전환위원장을 맡고있다.

이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박영선 전 장관은 신세계-이마트와 본인 치적사업으로 콜라보(협업)까지 하셨으면서 멸치랑 콩 좀 샀다고 억지 흉보는 게 말이 되나"고 지적했다. 대기업과 자영업자를 '갈라치기' 하느냐는 것이다.

박영선 위원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윤 후보님 '약자와의 동행' 위원장 맞지 않느냐"며 "'어려운 소상공인 마음을 먼저 생각하자'가 갈라치기면 '약자와의 동행'은 분열선동인가"라고 재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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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멸공 챌린지 과하다"…정용진도 해명
10일 윤 후보가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 더이상 확전되지 않는 모양새다.

이준석 당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가 멸치와 콩을 자주 먹는다며 가볍게 위트 있게 다뤘는데, 윤 후보의 모든 행보를 깊게 관찰하는 분들이 이어가는 멸공 챌린지는 과한 것이라고 본다"며 "정책 행보가 주목받는 상황에서 어떤 이념적인 어젠다가 관심받는 상황을 주변에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론 대선 경쟁이 격화하면 언제든 '멸공' 등 이념 논쟁이 커질 수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송도에서 "각자가 우리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 질서를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누구나 의사 표현의 자유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용진 부회장을 옹호하는 취지로 풀이하기도 했다.

'멸공 밈'의 창시자 격인 정용진 부회장은 10일 여러 논란에 해명하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적 논란에다 경영면에서도 '부메랑'이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0일 신세계 주가 하락, 이마트와 스타벅스 등에 대한 불매운동이 그 예다.

정 부회장은 "내 일상의 언어가 정치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까지 계산하는 감, 내 갓 끈을 어디서 매야하는지 눈치 빠르게 알아야하는 센스가 사업가의 자질이라면... 함양할 것"이라고 썼다.
/사진=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2022.1.10)/사진=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202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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