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편한 하루'의 의미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2022.01.10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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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오전 7시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휠체어를 타고 스크린도어를 가로막았다. 전장연은 지난달에만 여섯차례에 걸쳐 이같이 출근길 기습 시위를 벌였다.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혼잡할 대로 혼잡한 시간대에 장애인들이 전동차를 가로막은 것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이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다. 전장연에 따르면 서울의 지하철역 중 22개역에는 여전히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다. 또 장애인이 타기 편한 저상버스 도입율은 전국 27.8%에 불과하다.



전장연이 이처럼 실력행사에 나선 끝에 지난달 31일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노후한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를 교체하는 경우 의무적으로 저상버스로 바꿔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통과된 법안은 '반쪽짜리'였다. 법 개정안에는 도로 구조나 시설 등에 따라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저상버스를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규정이 담겼다. 그나마도 저상버스 도입 의무대상에서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는 제외됐다. 특별교통수단 운영비는 '국가가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의무가 아닌 임의규정으로 만들었다. 이에 전장연은 법안이 통과됐음에도 새해에도 기습시위를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장애인이 거주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 정착하는 '탈시설화' 로드맵을 갖고 있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일은 이같은 '탈시설화'를 돕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선언'만으로는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제약하는 불편함을 개선하기 어렵다.

장애인들의 시위로 시민들이 출퇴근길 불편을 겪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시민들은 "왜 하필 출퇴근 시간에 시위를 하느냐"며 "시민을 볼모로 잡는 것 아니냐"고 토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해당 지하철역을 이용할 수 없고 저상버스가 오지 않으면 버스를 탈 수 조차 없다. 장애인들에게 이동권은 '불편함'을 넘어 '불가능'으로 작동한다. 장애인들은 말한다. "누구에게는 불편한 하루였겠지만 장애인들은 이런 불편함을 매일 겪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사진=김민우 /사진=김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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