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2월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사진=뉴스1
3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정부가 2020년 12월 제출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지난해 2월 소관 상임위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된 이후 아직까지 계류돼 있다.
재정준칙이 국회 테이블에 다시 올라온 것은 9개월여 뒤인 11월23일 정기국회에서다. 2022년 예산안과 각종 법률 개정안을 다루는 정기국회에서 기재위는 이날 경제재정소위를 열어 안건 중 하나로 재정준칙을 다뤘다. 1년 동안 9차례 경제재정소위가 진행됐지만 이 가운데 재정준칙에 대해 논의한 건 단 한 차례 뿐이었다.
지난해 11월 소위 논의도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국민의힘 류성걸·송언석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재정건전화법' 제정안 내용과 정부의 재정준칙이 성격이 겹친 탓이다. 류성걸·송언석 의원안은 재정준칙을 도입하되 지방정부와 공공기관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국가채무비율 상한을 GDP 대비 45%, 재정적자 상한은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성 기금 수지를 뺀 관리재정수지 기준 2~3%로 잡은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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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국가재정법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새 법을 제정하는 만큼 공청회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정부안과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기재부 측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 보장과 새 법안 제정까지 절차, 현재 국가 재정을 고려한 국가채무·수지 비율 기준 등을 고려해 기존 국가재정법을 개정한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은 재정준칙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재정준칙에 반대의견을 표시하고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37개국 중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이 가장 낮은 3위"라며 "왜 지금 이것을 들고 나와서 시끄럽게 구냐"고 비난했다. 이밖에 재정준칙 위반에 대한 제재 규정 부재와 통합재정수지, 국가채무 비율 가운데 하나가 기준을 초과하더라도 다른 기준이 충족되면 준칙을 준수한 것으로 보는 상호보완 구조 산식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올해 5월까지인 문재인 정부의 임기를 고려하면 재정준칙 도입은 차기 정부의 몫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3월9일 대선 전까지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재정준칙 논의가 급진전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각각 50조원, 100조원 규모의 공약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여야 모두 차기 정부의 재정정책에 족쇄가 될 재정준칙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기재위 소위원회 논의 이후 각 의원들을 찾아 재정준칙 필요성과 산식 구조 등을 설명하고 있다"며 "본회의 통과는 사실상 무리지만 현 정부 임기 중에 상임위라도 통과하면 차기 정부에서 준칙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