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상생임대인', 결국 또 '간보기 대책'인가

머니투데이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2022.01.0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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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까지만 해도 '징후'에 불과했던 집값 하락 움직임이 겨울 들어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 매주 발표되는 집값 통계에선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지역들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도 집값은 오른다'고 예상하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신년을 맞아 부동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도 90.5%가 '상승'을 예상했다.

전문가들이 뽑은 올해 부동산 시장의 변수는 역시 '대선'이다. 대선 결과에 따라 부동산 정책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보유세 동결, 취득세 인하,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 등을 공약으로 내놓으면서 윤석열 후보와의 정책 차이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세금 부담은 낮추고 민간과 공공을 합쳐 대규모 공급 정책을 이어갈 것임은 기정사실이 됐다. 사실상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대선이 큰 변수가 아니라면 다음은 임대차2법에 따른 갱신주기 도래가 문제다. 대선과 함께 전문가들이 올해 가장 큰 변수로 꼽은 이벤트다. 2020년 8월 임대차2법 시행 이후 전세시장엔 갱신권을 행사한 전셋값과 신규계약한 전셋값의 격차가 많게는 수억원까지 벌어져 있다. 이대로 갱신계약이 신규계약으로 전환된다면 전셋값 급등은 불가피하다.

정부도 이중가격이 가져올 수 있는 파장을 알고 있다. 작년말 '상생임대인'라는 새로운 제도 도입 계획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집주인이 신규계약에도 갱신계약처럼 전세값을 5% 이내로 증액하면 양도세 비과세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해 주겠다는게 '상생임대인' 제도다. 현재는 양도세 비과세를 받으려면 '2년 실거주'해야 하지만 '1년만 실거주'해도 비과세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해 주겠다는게 핵심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신규 계약에도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해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규제 대신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할 수 있는 방식이란 점에서 신선한 발상이다. 규제 일변도였던 현 정부가 시장 친화적인 대책을 냈다는 점도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시장에선 효과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한다. 너무 많은 조건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상생임대인이 될 수 있는 자격은 1주택자만이다. 다주택자는 제외됐다. 가격은 9억원 이하만 가능하다. 집은 4년(신규 2년+갱신 2년)을 빌려주는데 실거주 인정은 2년이 아니고 1년이다. 그나마 시행 기간도 내년말까지 1년으로 제한했다.

신선한 제도라는 첫 인상과 달리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수준'의 대책, 낯익다. "아직 쓸 카드는 많다. 이번 대책으로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더 센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찔끔찔끔' 시장의 간을 보던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데자뷰다. 그때그때 규제지역을 하나씩 추가하다 풍선효과가 전국을 휩쓸고 나서야 대규모 규제지역 지정이 이뤄졌고, 처음엔 다주택자 대출을 제한하다 고가주택으로 대출 금지를 확대하고 급기야 실수요자 대출까지 막았던 대출규제가 그랬다.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고 강변하다, 서울 도심의 정부 유휴부지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고, 결국 대규모 도심 재개발까지 간 공급대책도 그랬다.


정부가 양도세 비과세 원칙을 지키려 했다는 것은 이해한다. 올해 임대차 시장이 2년 전과 같을 것이라고 예단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중 전셋값 대책이라고 내놓은 '상생임대인'이 이중가격을 해소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못할 것이란 점은 거의 확실하다. 상생임대인이 되라면서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는 집주인(다주택자)과 어중간한 혜택에 등돌릴 집주인(1주택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은 정책의 기본이다. 스무번이 넘는 집값대책 중 2·4대책이 그나마 호평을 받는 것은 기대 이상의 공급 물량 때문이었지 않은가. 시장 간 보는 대책은 이제 그만하자.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사진=인트라넷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사진=인트라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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