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도 한다…빅테크 기업 '통큰 투자' 쏠린 곳은

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캘리포니아)=최민경 기자 2022.01.0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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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에너지대전환-탄소중립 로드를 가다: 미국편 ④ 박용민 코트라(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장 인터뷰

편집자주 화석 연료에서 청정 에너지로, 탄소중립을 향한 인류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주요 국가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온난화로부터 지구를 구해내기 위한 에너지대전환의 큰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은 청정 에너지가 구현하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치열한 경제 전쟁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수소 등 청정에너지와 탄소중립 이슈를 주도해온 머니투데이는 2022년 새해를 맞아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중동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의 탄소중립 현장을 돌아보는 '에너지대전환-탄소중립 로드를 가다'를 연재합니다.

박용민 코트라(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장/사진제공=KOTRA박용민 코트라(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장/사진제공=KOTRA


"캘리포니아가 탄소중립, 기후 대응에서 미국 다른 주와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은 실리콘밸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실리콘밸리는 빅테크 기업과 벤처캐피탈(VC)의 투자금이 몰리는 곳인데 이 돈이 지금은 기후 기술(Climate tech)로 향하고 있습니다."

박용민 코트라(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장은 캘리포니아가 미국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도시로 꼽히는 것에 대해 이같이 해석했다. 기후 기술은 기후 변화로 인한 위험성에 대응하는 기술로 청정에너지뿐만 아니라 탄소저감 기술, 기후 측정·분석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박 관장은 "캘리포니아 주 정책이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 모빌리티 면에선 다른 주보다 인센티브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른 주와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 크게 다른 건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캘리포니아가 특별한 것은 스타트업이 많고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지역이란 점이다. 박 관장은 "최근 빅테크 기업들은 환경과 기후 기술쪽 관심과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캘리포니아에 전기차가 많은 이유도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가 기반이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아마존 같은 경우 전기차 스타트업인 리비안을 비롯해 CCS(탄소 포집·저장) 기술 개발 스타트업, 재생에너지 스타트업 등 저탄소 경제에 도움 되는 곳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최고경영자)는 2040년까지 아마존 정체에서 완전한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관련 기술·서비스 개발에 2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2030년까지 자사가 배출하는 탄소보다 더 많은 탄소를 제거하겠다는 '탄소 네거티브' 계획을 밝혔다. 박 관장은 "마이크로소프트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솔루션을 보유한 클라임웍스(Climeworks), CCS 기술로 유명한 카본큐어테크놀로지(CarbonCure Technology) 등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기후 혁신 기금을 통해 대기오염, 온실가스 측정 및 분석 플랫폼을 보유한 아클리마(Aclima)의 펀딩에도 참여했다.

실리콘밸리는 미국 전체 투자자금 중 40%가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장정보업체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2012년엔 기후 기술 관련 기업으로 유입된 투자금이 10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2017년을 기점으로 100억 달러를 뛰어넘으며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20년엔 160억 달러를 기록했다.


박 관장은 "2021년엔 기후 기술 관련 투자금이 190억 달러 이상으로 집계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과거엔 반도체·인터넷·모바일·AI(인공지능)에 VC의 투자자금이 모였다면 기후 기술로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의 VC들은 기후 기술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다"며 "10년 안에 투자금의 10배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보고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관장은 국내 스타트업들도 이런 투자 흐름을 주목하고, 기존 사업에 접목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은 AI에 특히 강점을 갖고 있다"며 "그동안 스타트업은 국내 대기업이 잘하는 반도체와 전기차 쪽으로 AI를 접목시켰지만, 기후 대응 역시 AI를 적용할 수 있어 한국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AI 스타트업인 알체라를 예시로 들었다. 박 관장은 "알체라는 원래 안면 인식 기술로 유명했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에 진출하면서 딥러닝을 통해 산불을 예측하는 기후 관련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는 지구온난화로 대규모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이다.

코트라에서도 한국 스타트업들의 기후 기술 산업 진출을 적극 도울 예정이다. 박 관장은 "올해엔 탄소중립, 신재생에너지 등을 포함한 기후 변화 관련 주제로 데모데이(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자리)를 열 계획"이라며 "기후 쪽은 한국이 원래 태양광 등 청정에너지, 배터리 산업 등을 잘 해왔기 때문에 잘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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