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시장 무너진 독일·일본…한국도 승자 없는 출혈경쟁?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2021.12.30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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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Delivery hero 홈페이지 캡처/사진=Delivery hero 홈페이지 캡처


'배달의민족'을 포함해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배달 사업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DH)가 최근 독일 6개 도시와 일본에서 철수키로 했다. 배달시장의 경쟁이 심화하며 상승하는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탓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국내에서도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당장 내년부터 라이더(배달원) 고용보험 의무화로 인한 비용 증가가 예상되서다. 시장은 성장하지만 승자는 없는 '출혈 경쟁'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DH는 최근 배달 브랜드 '푸드판다'(Foodpanda)의 독일 사업을 축소하고 일본 사업을 내년 1분기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철수를 결정한 독일의 도시는 쾰른, 뒤셀도르프, 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 뮌헨, 슈투트가르트다.

DH, 독일 재진출 4개월 만에 사업 축소…"경쟁 치열, 라이더 부족"
미국 배달앱 '도어대시' /사진=AFP미국 배달앱 '도어대시' /사진=AFP
독일계 기업인 DH는 2018년 말 독일 내 배달 사업을 10억유로(약 1조3700억원)에 네덜란드 경쟁사 테이크어웨이닷컴에 넘기고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올해 8월 재진출했다. DH는 대도시를 거쳐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음에도, 불과 넉달 만에 사업을 축소하게 됐다.



이에 대해 DH는 독일 시장의 경쟁 심화를 철수 요인으로 꼽았다. DH 측은 "시장에 진입했던 것과 달리 매우 다른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며 "경쟁자의 증가와 라이더 부족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베를린에서는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 개발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DH는 전 세계의 다양한 배달 서비스를 M&A(인수·합병)하며 영향력을 키워왔다. 2019년에는 국내 1위 사업자인 우아한형제들(배민)을 인수해 아시아 시장 확대를 꾀했다. 해외 사업이 성과를 내는 가운데 정작 자국으로 돌아가려 하자 치열한 경쟁에 직면한 셈이다.

치열한 배달 경쟁에 DH 뿐만 전세계 배달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하고 있다. DH는 올해 상반기에만 9억1810만유로(한화 약 1조26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미국의 1위 배달앱인 도어대시의 3분기 적자는 1억1000만달러(약 1300억원), 일본의 데마에칸 역시 연간 최대 적자인 206억엔(약 214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도 '출혈 경쟁' 내년부터 고용보험 의무화, 비용은 계속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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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국내 사업자도 다르지 않다. 코로나 수혜로 배달시장이 2019년 9조원에서 지난해 20조원으로 늘었고, 올해 더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되지만 적자 경쟁이 되풀이된다. 이 가운데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라이더 고용보험 의무화는 업계에 더 큰 부담을 안길 전망이다.

라이더의 보험료율 1.4% 가운데 0.7%를 배달업체가 부담하는 것은 물론 라이더 이탈로 인한 인건비 상승도 예상된다. 신용불량자, 기초생활수급자, 부업 근로자 등이 소득공개를 꺼려해 다른 직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라이더 숫자를 30만~40만 정도로 추정하지만 이 마저도 늘어나는 배달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 밖에 최근 배민이 라이더 노조와 실거리 기준으로 배달료를 조정하는 등 꾸준히 처우 개선 요구가 이뤄지는 것도 부담이다. 라이더들은 기본 배달료 외에도 '위험 수당'에 해당하는 '안전 배달료' 지급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국내 배달앱들이 라이브커머스, 근거리배송, 품목 다변화 등 다양한 시도에 나서는 것도 음식 배달 수수료 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운 현실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달시장은 마케팅과 인력 확보 경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수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 이후에도 배달시장이 호황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사업을 다양하게 전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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