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욱 프록시헬스케어 대표
2012년 필자가 있던 연구실에도 학점이 4.0점(만점)에 육박하는 우수한 공대 학생이 배정됐다. 연구실 담당 멘토들은 과제의 목적과 실험실 출입에 대한 기본교육과 전자회로 시스템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주차별 목표와 일정을 설명했다. 연구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리고 마무리를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할 시기가 왔다. 그런데 그 학생은 연구성과 최종 발표를 앞둔 시점에도 오후 5시가 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바로 퇴근했다. 심지어 하루는 납땜작업 중간에 퇴근한다는 짧은 메시지만 남기고 연구실을 떠났다. 결국 대학원생들이 그 학생의 일까지 끝내고 퇴근해야 했다. 미국에서 연구실 생활이 5년째 접어들어 익숙해질 법도 했지만 새삼 문화적 차이를 느낀 경험이다.
반면 한국의 문화는 어떠한가. 한국은 집단과 조직의 성과를 위해 개인들이 희생을 감내하는 문화가 있다. 물론 조직의 성공을 위해 개인의 양보와 희생을 요구하는 부분은 분명 문제가 있다.
돌이켜 보면 한국 연구자들이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성과를 이뤄낸 경우 대부분 남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을 때다. 필자 또한 한국식으로 일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유학 초기 미국 연구자들의 습성을 배우고 싶은 바람과 달리 30년 가까이 익힌 한국식 일하는 문화를 필자도 어찌할 수 없었던 게 오히려 약이 된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은 어떠한가. 검증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시장에서 검증해야 하므로 업무의 역할분담이 명확하지 않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이라 개인간 생각도 많이 다르다. 특히 초기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구성원에 대한 적절한 보상 또한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조직의 성장이 1차 목표가 돼야 한다. 이것이 스타트업이다. 즉 극초기 기업은 미국식보다 한국식 일하는 문화가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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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벤처붐을 일으킨 2021년은 민관이 협동해 창업 생태계를 구축한 시기다. 가장 큰 원동력은 어찌보면 우리의 의식에 있는 한국식 일문화의 긍정적인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한국식 일문화에서 강점을 잘 활용하고 성장기 스타트업의 경우 미국식 일문화가 합리적으로 융합되는 생태계를 형성한다면 2022년 새해에는 한국이 세계 스타트업의 요람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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