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게임체인저, 먹는 치료제 한달 뒤 온다…물량 충분할까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1.12.2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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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AP/뉴시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집에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paxlovid)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10월 화이자가 제공한 팍스로비드 알약. 2021.12.23.[뉴욕=AP/뉴시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집에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paxlovid)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10월 화이자가 제공한 팍스로비드 알약. 2021.12.23.


정부가 화이자의 코로나19(COVID-19) 경구용(먹는) 치료제를 내년 1월 중 도입하겠다 강조했다. 30만명분 이상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실무 협의 마무리 단계다.

먹는 치료제는 코로나19 위기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주목받는다. 화이자의 임상시험에 따르면 입원 및 사망 위험을 89% 줄일 수 있다. 산술적으로 코로나19 환자 모두가 복용한다면 10명 중 한 명만 입원한단 의미다. 한계에 부딪힌 우리 의료 체계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먹는 치료제 도입까지 남은 한 달여 기간 동안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관건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정책 조율과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한 대응 마련, 의료 시스템 확충 및 정비 등에 집중해야 한다. 또 코로나19 백신 도입 초기 맞닥뜨린 수급 문제를 먹는 치료제 확보 과정에서 재연해선 안 된다.

26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화이자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2022년 1월 말 도입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당초 예상한 2022년 2월보다 도입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이미 팍스로비드 7만명분에 대한 구매 계약을 완료했다. 이를 포함한 30만명분 이상 물량에 대한 추가 계약을 위한 실무 협의가 막바지 단계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팍스로비드 긴급사용 승인을 심사 중이다. 이르면 연내 긴급사용을 승인하고 보다 구체적인 도입 물량 등이 공개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오는 27일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 안전관리·공급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고 코로나19 먹는 치료제에 대한 심의 결과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심의 결과가 좋을 경우 긴급사용 승인 결정까지 가능할 수 있다.


팍스로비드는 화이자의 임상 연구에서 코로나19 환자의 입원 및 사망 위험을 89%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2회, 한 회당 3알씩 5일간 총 10회 30알을 복용한다. 백신보다 생산과 유통이 쉽고 집에서 복용할 수 있어 코로나19와 싸움에 반드시 필요한 무기로 꼽힌다.

정부는 코로나19 먹는 치료제를 식약처 적응증 허가 사항과 의사 처방에 따라 투약하며, 주로 재택환자에 활용하겠단 방침이다. 정부가 구매해 공급하는 방식으로 환자 개인의 약제 부담 비용은 없다.

식약처는 팍스로비드와 함께 MSD(머크)의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도 심사 중이다. 우리 정부는 앞서 몰누피라비르 24만2000명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몰누피라비르는 입원 및 사망률 감소 효능이 30%로 수정된 만큼 팍스로비드만큼 기대가 크지 않다.

전문가들은 먹는 치료제가 코로나19와 벌이는 힘겨운 사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위험 경증 환자나 중등증 환자의 중증 위험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재택치료 효과를 높이고 위중증환자를 줄일 수 있다. 그럼 병상에 여력이 생기고 붕괴된 의료 체계를 회복할 수 있다.

정기석 한림대학교 호흡기내과 교수는 "머크의 몰누피라비르는 중증 및 사망 위험 감소 효능이 30%로 실망스럽지만,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는 우리 방역 상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반드시 필요한 약"이라며 "팍스로비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우리 국민에게 나타나는 부작용이나 효능 수준 등에 대해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봐야겠지만 팍스로비드 임상 연구 결과는 고무적"이라며 "팍스로비드의 기전 자체가 스파이크 단백질과 상관 없어 변이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팍스로비드 복용으로 10명 중 1명만 입원한다고 보면 코로나19 종식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백신과 달리 생산과 보관, 유통이 수월한 알약이기 때문에 더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확보한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물량이 제한적이라 앞서 백신 확보 과정에서 겪은 수급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지금 정부가 팍스로비드 30만명분 이상을 협의한다고 하는데 앞서 구매계약을 완료한 물량은 7만명분"이라며 "일본은 200만명분을 확보했다고 하는데 우리 정부는 백신 도입과 마찬가지로 또 늦다"고 말했다.

이어 "먹는 치료제를 빨리 확보해 중증환자를 줄이고 고령환자에 집중하는 체계로 가야 하는데 준비가 부족하다"며 "지금 계약한 물량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천은미 교수는 "18세 이상 고위험인자가 있는 경증, 중등증 환자뿐 아니라 화이자의 추가 연구에 따라 고위험인자가 없는 젊은 사람에게도 모두 팍스로비드를 투여하려 한다면 지금 계약한 물량으로 부족할 수 있다"며 "다만 화이자가 생산을 늘리고, 인도에서 복제약을 생산한다고 하니 추가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 올 초 백신 수급만큼 큰 어려움을 겪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경구용 치료제 적응증, 임상 현장에서 처방, 확진자 발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며 "지난 11월 발표한 40만명분(몰누피라비르와 팍스로비드 포함) 외에 추가 구매를 제약사와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또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도입까지 남은 한 달여 기간 동안 오미크론 확산 대응, 의료 시스템 정비 등이 필요하단 조언이 나온다.

정기석 교수는 "앞으로 오미크론이 큰 변수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오미크론 환자가 급증할 경우 거리두기 같은 방역 조치로 별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천 교수 역시 "오미크론이 국내에서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아직 찾아내지 못한 오미크론 확진자도 많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경구용 치료제가 들어오려면 한 달 이상 남았는데, 그 사이 응급외래진료센터에서 항체치료제를 투여할 수 있게 의료 시스템을 정비하고 간호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항체치료제 투여 환경이 부실한 의료 시스템에선 중환자, 사망자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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