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킹앱에서 편의점 쇼핑을…은행-편의점 밀월관계 더 깊어진다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1.12.1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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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은행, 편의점 점포 수 추이/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최근 5년 은행, 편의점 점포 수 추이/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편의점을 향해 은행이 잇따라 러브콜을 보낸다. 은행 앱(애플리케이션)에서 편의점 상품을 주문·배달을 하거나 편의점에서 은행 페이 서비스를 충전하는 등 제휴가 활발해졌다. 아예 편의점 은행이 탄생하기도 했다. 점점 사라지는 은행 점포와 달리 편의점은 '옆집 건너 옆집'에 있는 데다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이용이 잦아서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우리WON(원)뱅킹'에서 세븐일레븐 상품을 주문·배달하는 'My(마이)편의점' 서비스를 내놨다. 지도에서 가까운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찾아 상품을 1만5000원 이상 결제하면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KB국민은행이 10대 청소년을 위해 선보인 선불전자지급수단 '리브포켓'은 은행 아닌 편의점에서 충전할 수 있다. 전국의 CU편의점에서 국민은행 10대 전용 앱 '리브Next(넥스트') 화면에 뜬 바코드와 현금을 제시하면 리브포켓으로 입금된다. 은행보다 편의점이 익숙한 10대 고객의 특성을 고려했다.



국민은행은 향후 편의점에서 화상상담 서비스를 개시할 방침이다. 영업점 창구 수준의 업무 처리가 가능한 화상상담 서비스는 고객이 붐비는 혼잡 점포에서 시범적으로 하고 있는데 무인점포와 편의점으로 확대한다.

은행과 편의점이 손잡고 내놓은 이벤트도 눈에 띈다. DGB대구은행은 내년 3월까지 대구은행 BC카드를 쓰는 고객이 CU에서 택배비를 결제할 경우 500원을 즉시 할인해준다. 대구은행 앱 'IM(아이엠)뱅크'에서 택배예약시스템을 연동하면 된다.



앞서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편의점 은행을 선보이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GS25와 손잡고 강원 정선군 고한읍에 혁신점포 1호점을 열었다. 하나은행은 CU와 함께 서울 송파구 마천동에 협업 점포를 오픈했다. 인근에 은행 점포가 없는 지역을 대상으로 삼았다.

이처럼 은행이 편의점과 협업 범위를 늘리는 건 전국적인 영업망 때문이다. 은행 점포는 폐쇄를 거듭하는 반면 편의점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어서다. 지방 소도시에 은행 점포는 없어졌어도 편의점은 들어왔기에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활용하고자 한다. 접근성, 편의성 차원에서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편의점은 매년 늘었고 은행 점포는 매년 줄었다. 편의점은 2016년 3만2611개에서 지난해 4만2877개로 31.48% 증가한 반면, 은행은 9.8%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선 편의점 점포 수가 같은기간 3만3000개에서 4만7500개로 43.94%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MZ세대가 편의점 이용을 자주 하기에 신규 고객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다. 편의점은 트렌드에 빨리 대응해 MZ세대가 호응한다. 특정 편의점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PB(독자상표)상품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화제를 모으는 식이다.

은행 앱이 기존 업무 한계를 벗어나 금융, 비금융 플랫폼 성격을 강화하는 차원도 있다. 생활금융 플랫폼 성격을 가지려면 편의점과의 제휴가 필수로 인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편의점은 은행과 달리 점포망 확대가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도 편의점과 연계된 사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장 편의점과의 협업이 은행 점포 폐쇄의 대안으로 꼽히지만 할 수 있는 사업이 한정적이라 확장성에 분명한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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