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00몰 용하다던데"…복합쇼핑몰이 사주·타로 들이는 이유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1.1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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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의 '똑소리'] 국내 점술시장 4조원 규모…복합쇼핑몰, 고객 체험시설 강화하는 맥락에서 사주·타로 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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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복합쇼핑몰 내 사주·타로 전문점 전경.한 복합쇼핑몰 내 사주·타로 전문점 전경.


"잠실 00몰 용하다던데"…복합쇼핑몰이 사주·타로 들이는 이유
여느 때처럼 지인들과 모여 식사를 하다가 용한 점집 리스트를 공유했다. 연말을 맞아 신년운세를 보러 가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좋을지 정보를 나누는 차원에서다. '마포에 있는 OOO 선생님이 설명을 잘한다' '대전에 계신 OO 선생님이 코칭을 잘 해준다' 등의 얘기가 나왔다. 그러다가 한 명이 "얼마 전 롯데월드몰에서 사주를 봤다"며 "잠실을 갈 일이 있거나 쇼핑을 할 계획이 있다면 겸사겸사 가보라"고 추천했다.

곧장 다들 "롯데월드몰 어디에 사주를 보는 곳이 있냐"며 "잠실역 근처에 천막으로 점포가 있는 것이냐"거나 "석촌호수 근처에서 플리마켓이 열렸나" 등의 질문을 했다. 그러자 그는 "그게 아니라 롯데월드몰 쇼핑몰 내에 사주·타로 전문점이 입점해있다"고 말했다.



그의 답변에 우린 모두 놀랐는데, 사주·타로가 일종의 서브 문화처럼 여겨지는 만큼 대형 복합쇼핑몰 내에 공식 점포로 입점했단 게 신기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끼리 모일 때마다 사주·타로·별자리 운세 등 점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때가 많은 만큼 딱히 놀랄 일도 아닌 것 같긴 했지만 말이다.

실제 적지 않은 복합쇼핑몰들이 사주·타로를 '앵커 시설'(고객을 유인하는 시설)로 유치하고 있다. 잠실 롯데월드몰을 비롯해 △은평구 롯데몰 은평점 △김포시 롯데몰 김포공항점 △용인시 롯데몰 수지점 △수원시 롯데몰 수원점 △진주시 롯데몰 진주점 등에 사주·타로 전문점이 공식 점포로 입점돼있다.



공식 점포가 아니더라도 이벤트나 플리마켓 등의 형태로 사주·타로를 들이는 복합쇼핑몰도 많다. △스타필드 고양 △스타필드 하남 △스타필드 코엑스몰 등에서 핼러윈, 밸런타인데이 등을 맞아 구매 고객들을 대상으로 사주·타로 이벤트 행사를 진행했고, △송도 복합쇼핑몰 트리플스트리트에서는 플리마켓 형태로 사주·타로 매장이 빈번하게 열렸다.

이 같은 이유에 대해 복합쇼핑몰들은 사주·타로가 일종의 대중적인 체험형 공간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몰 관계자는 "가족, 커플, 친구 단위의 고객들이 쇼핑하며 지나가다가 사주·타로를 발견하면 휴식 겸 재미삼아 보는 경우가 많다"며 "복합쇼핑몰은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게 목표인데 이에 적합한 셈"이라고 말했다.

복합쇼핑몰은 '몰링'(Malling·복합쇼핑몰을 통해 쇼핑과 다양한 문화 체험을 동시에 즐기는 소비 형태) 등으로 고객의 체험을 가능케 해 체류 시간을 늘리겠다는 목표에 따라 F&B(식음료) 매장, 아쿠아리움, 스포츠 체험시설, 전망대, 영화관 등 다양한 입점시설을 넣는다. 이에 따라 한번 복합쇼핑몰을 방문하면 고객은 보통 그 안에서 오랜 시간 머무르고, 식사를 하며 쇼핑을 즐긴다. 사주·타로 전문점도 고객의 다양한 체험을 가능케 해 체류 시간을 늘리는 기능을 하는 셈이다. 특히 사주·타로 전문점은 입점 규모가 2~3평 남짓에 불과하고 특별한 인테리어 설비 투자가 필요하지 않은 만큼 타 시설에 비해 효율성이 높다.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사주·타로가 서브 문화라는 인식도 일종의 편견이다. 한국의 점술 시장(사주·타로·운세) 규모는 일종의 산업으로 기능할 만큼 크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18년 "한국 점술 시장은 37억 달러(약 4조3700억원) 규모"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한국인 대다수는 연례적으로 운세를 보고 있다.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4.6%가 운세를 본 경험이 있었다. 특히 이중 상당수는 신년 운세를 보기 위해 매년 12월에서 이듬해 2월에 운세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최근 복합쇼핑몰 내 사주·타로 전문점도 연말을 맞아 문전성시다. 평일 오후인데도 롯데월드몰 사주·타로 전문점에서 운세를 보기 위해 30여분을 기다려야 했을 정도다. 롯데월드몰 아이콘타로 관계자는 "연말이라 평일에도 고객이 많다"며 "주말엔 그야말로 고객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주·타로 전문점인데도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만큼 현금 아닌 카드 결제가 가능하고, 멤버십 포인트 적립이나 상품권 결제도 된다.

트렌드모니터 설문조사에 따르면 1000명 응답자 중 85.4%는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운세를 봤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점술 시장이 큰 이유에 대해 정신건강 치료가 사회적으로 터부시 돼 보편적이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대신 사주·타로를 보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어느 정도 치유를 받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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