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SUV 차량(사건과 직접 관련 없음)./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선일)은 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어린이 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국계 외국인 남성 A씨에 대해 첫 공판을 열었다.
법정에서는 사고 직전 상황이 기록된 도로변 CCTV 영상이 유일한 동영상 증거로 공개됐다. 왕복 5차선 도로의 하행 1차선에서 신호대기 차량들이 횡단보도 앞뒤로 줄지어 멈춰있는 가운데, 상행 1차선을 달리던 A씨 차량이 횡단보도 쪽으로 다가가고 하행선쪽 인도에 있던 어린이가 횡단보도 위를 뛰어서 가로지르는 모습이 담겼다.
아래 빨간 선이 롤스로이스SUV 진행방향, 횡단보도 위 빨간 선이 어린아이가 뛰어 가던 진행방향, 파란색 선 1차로에는 정체된 차량들이 있었다./그림= 성시호
"블랙박스가 얼마나 중요한데 왜 일부러 빼놨냐. 없어도 설치할 판 아닌가"라고 재판장이 묻자, A씨는 "실내세차를 맡겼다가 블랙박스 선이 빠진 것을 확인했지만 깜빡하고 다시 연결하는 것을 잊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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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 혐의를 부인하는 A씨 측은 "롤스로이스 차량이 다른 SUV 차량보다 높은 전고를 가졌다"며 "반대편 차선의 극심한 정체로 차량들이 정차한 상황에서 갑자기 피해자가 뛰어나올 것까지 대비해 좌측 횡단보도 부분을 주시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재판부에 도로변 CCTV영상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의뢰를 요청했다.
특가법 5조 13항, 이른바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다 어린이를 다치게 할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올해 3월 대검찰청이 발행한 '형사법의 신동향'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해 3월부터 약 1년간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벌금 10건 △징역형 집행유예 14건 △징역 실형 1건으로 총 25건의 유죄판결과 2건의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이 중 실형 판결 1건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6살 어린이가 치여 약 10m 가량 날아가는 사고를 낸 뒤 무면허·과속·운전자 바꿔치기가 적발된 사례였다.
재판부는 내년 2월에 A씨의 2차 공판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