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금융행정의 혁신과 레그테크·섭테크

머니투데이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1.12.09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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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현 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안수현 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급변하는 경제·디지털 환경에서 금융소비자, 기업, 금융정책감독기관 모두 다양한 리스크에 직면한다. 그런데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리스크 식별과 대응에 필요한 정보의 수집·분석 및 검증이 필수다. 특히 금융소비자는 다양한 리스크에 영향을 받는다. 투자의 불확실성 외에도 정보의 불충분·정보의 비대칭 등 복합적이다. 금융감독기관의 감독을 통한 선제적 리스크 대응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감독기관이 리스크를 문제로 인식하고 규제하는 경우 리스크의 통제나 감축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어디까지 리스크를 감축해야 하는지 판단이 쉽지 않다. 때문에 핵심 리스크를 가리기 위한 고도의 분석이 요구된다.



그런데 종종 고도의 분석 아래 감독이 이루어진 것인지 궁금한 경우가 적지 않다. 핵심 리스크를 파악하기 위한 정보가 감독기관 내에 불충분하거나 정보의 비대칭 때문이 아니라 내부에 축적된 정보의 효율적 활용이 안 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감독행정이 칸막이식으로 정보교환이 되지 않은 채 매뉴얼에 따른 대응만 할 경우 감독기관은 최소한의 규제요건만 검토하는데 그치고 결국 사고 후 수습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따른 리스크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인력·시간·기술활용 등 정책감독기관의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피규제기관 또한 금융회사 외에 비금융기관으로 확대되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규제가 갈수록 복잡해져 규제준수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레그테크(RegTech)와 섭(SupTech)테크에 보다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레그테크는 규제와 기술을 합성한 것으로 AI(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IT(정보기술)를 활용해 효율·효과적으로 규제에 대응하는 것을 말한다. 즉 피규제기관의 보고의무, 검사 등 법령준수 지원에 혁신 IT를 활용하는 것이다. 섭테크는 감독기관의 감독의무 지원을 위해 혁신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금융소비자 보호와 혁신 간의 균형 관점에서 외국 금융정책감독기구들이 적극적으로 이들을 활용·지원한다. 이는 피규제기관의 데이터에 기초한 법령준수와 부담경감 외에 데이터기준의 표준화와 실시간 금융시장 분석 고도화 그리고 입법 전 새로운 정책의 영향측정 등 데이터경제에도 기여한다.

국내에서도 부정방지, 규제준수 자동화, 예측분석 등 다양한 솔루션이 개발·이용되는 경향이 있지만 피규제자의 규준수가 용이하기 위해서는 검사·감독에 이들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레그테크·섭테크가 금융행정 혁신차원에서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레그테크·섭테크는 그 처리결과가 시각화돼 누구든 쉽게 알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기대효과가 크다. 기업에는 용이한 규제준수를, 금융소비자에게는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역량과 식견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레그테크·섭테크가 업무 효율화에 그치지 않고 정보의 유통혁신에 기여하도록 정책적으로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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