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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700여 세대 아파트 월패드(홈 네트워크 기기)가 해킹돼 입주민들의 사생활 영상이 유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누구나 가장 편하고 안전한 장소로 믿었던 '안방'이 해커들의 표적이 된 것이다. 해커가 빼낸 데이터에는 거주자가 옷을 벗고 집안을 돌아다니거나 이보다 더 은밀한 사생활 영상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축 아파트라면 거실에 한대씩 장착된 월패드가 몰카로 악용될 줄이야. 해커는 이들 불법 영상을 자신들이 주로 거래하는 웹사이트에 팔려고 시도했다. 이들 영상을 미끼로 입주민들을 협박하는 2차 범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는 걸 감안하면 섬뜩한 일이다. '블랙 미러' 속 장면들이 결코 영화적 상상력만은 아닌 셈이다. 실제 얼마 전 가정용 IP카메라를 해킹해 거주자의 사생활을 몰래 엿보는 사이버 범죄가 적발되기도 했다.
# 초유의 아파트 해킹사고는 초연결 사회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첨단 디지털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홈 아파트는 스마트 팩토리(공장)와 더불어 초연결 사회를 상징으로 메카다. 거주자의 얼굴과 목소리로 자동으로 문을 열고 스마트폰 하나로 어디에서든 집안 냉낭방·조명·가전·보안 관리까지 할 수 있는 '꿈의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다. 조명기기는 물론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기기들이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돼 집안 자체가 또 하나의 컴퓨터로 바뀌고 있다. 건설사와 운영업체들이 스마트홈 시스템의 편리함 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보안 사고의 위험성이 간과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근 일련의 사고들은 성급하게 내달려온 초연결 사회의 강력한 경고 메시지 아닐까.
사이버 위협이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 침투하고 있는 만큼 이용자들 스스로 보안 점검을 생활화해야 한다. 서비스 개발사나 운영사가 아무리 잘 관리한다 해도 허점은 있기 마련이다. 모든 가전기기와 사물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될 수록 해커의 침투 경로 또한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다. 어렵지 않다. 소프트웨어는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인터넷이 연결된 기기는 비밀번호를 꼭 걸어두자. 당장 월패드, 노트북, 스마트TV에 달려 있는 카메라 렌즈부터 스카치 테이프를 붙여놓자. 굳이 쓸 이유가 없다면 말이다. 해커들이 노리는 건 당신의 귀찮음과 방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