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숨통 트인 줄 알았는데…여전한 '칼바람'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1.12.08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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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꽉 닫혔던 가계대출 문이 일부 열렸지만 대출 시장엔 여전히 칼바람이 분다. 현 시점에서도 취급되지 않는 대출이 많은데 언제 재개될지 기약이 없다. 해가 바뀌어도 가계대출 규제가 계속되므로 대출 문도 활짝 열리기를 기대할 수 없고 문턱도 쉽게 낮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내년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을 4~5%선에서 관리해야 한다. 올해 목표는 5~6%였는데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내년 목표치를 이보다 낮춰 잡았다.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를 이어오던 은행들은 최근 완화 조치를 마련했지만 대출 수요자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NH농협은행을 보면 무주택자가 아닌 경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지 못한다. 농협은행은 지난 8월 부동산 담보대출을 선제적으로 걸어잠근 뒤 지난 10월 중순부터 전세자금대출 판매를, 이달 1일부터 무주택자 대상 주담대 판매를 재개했다. 실수요자에게만 한정적으로 대출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에서는 여전히 신잔액 코픽스를 기준으로 삼는 우리아파트론 등 부동산 대출 상품을 팔지 않는다. 당초 지난 9월부터 지난달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제한했는데 그 기간을 연장했다. 판매가 다시 이뤄질 시점도 알 수 없다. 저금리 대출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 상품은 신잔액 코픽스를 기준 삼으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아 소비자들이 몰릴 수 밖에 없다. 지난달 코픽스를 보면 신잔액 코픽스는 0.89%로 신규취급액 코픽스(1.29%), 잔액 코픽스(1.11%)보다 최대 0.4%포인트 낮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연말까지 고신용 대출을 걸어잠근 조치를 유지한다. 카카오뱅크는 일찍이 지난 10월부터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의 신규 대출을 중단하면서 기한을 12월31일까지로 정했다. 케이뱅크도 지난달부터 연말까지 고신용 고객의 마이너스통장 신규, 증액을 막았다.

이처럼 은행권 대출 규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건 은행들이 '증가율 관리'에서 자유롭지 못해서다. 관리가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하더라도 당장 다음달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A은행이 대출 문을 닫으면 그 수요가 B은행으로 고스란히 넘어가는 풍선효과 탓이다. 실제 가계대출 관리 모범은행으로 꼽혔던 신한은행을 보면 지난해 말과 비교할 때 지난 10월 가계대출 증가율이 4.40%으로 안정적이었으나 전년말 대비 11월 증가율은 6.30%로 한 달 만에 2%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도 4.63%에서 5.38%로 0.75%포인트 높아졌다. 총량관리에서 제외하기로 한 4분기 전세자금대출 취급분이 포함된 숫자여서 실제 증가율은 이보다 낮지만 안심하긴 어렵다는 게 은행들의 판단이다.

문제는 내년에도 가계대출 상시관리가 이어진다는 점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온라인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가계부채 관리는 총량관리를 기반으로 하면서 체계적인 시스템 관리로 전환할 것"이라며 "개인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만큼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규제에 대한 피로감이 상당하지만 한 은행이 대출 규제를 시작하면 수요 차단 차원에서 다른 은행도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은행들이 가계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한 건 어떻게든 가계대출 잔액을 줄이려는 몸부림인데 규제와 함께 수수료 면제 등 조치를 병행하는 등 잔액 관리의 묘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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