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짧게 살다 슬피 떠난 넋이나마 춥지 말라고, 목도리가 둘러지고 털장갑과 털모자가 씌워진 정인이의 묘.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한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마지막 대법원 판결만 남겨놓고 있다./사진=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 하얀구름 하남님
올해 1월 13일, 지금처럼 추웠던 지난 겨울에 시작한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재판인 '대법원' 판결이 남았다. 췌장이 끊어질만큼의 학대로 16개월만에 숨진 정인이. 그 가해자로 재판에 세워진, 양모·양부의 죄(罪)를 묻기 위한 과정은 지난하고 길었다.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일 거라 여겼던 죗값은 판결을 거듭하며 안도에서 분노와 우려로 바뀌었다.
'무기징역→35년형' 정인이 2심 재판 비판 봇물…"얼마나 잔인하게 죽여야 사형 나오나"
그러나 지난달 내려진 두번째 재판 판결에선, 양모 장모씨의 무기징역형이 너무 무겁다고, 부당하다며 35년형으로 감형했다. 양부 안씨의 선고 형량은 동일했다.
장씨가 사망 당일 심폐소생술을 했으니 계획적 살인 의도가 없었다고 봤고, 감정통제능력이 부족해 범행으로 이어졌을 수 있으며, 사망을 막지 못한 사회적 보호 체계 문제도 있다고 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시민단체와 긴 재판 과정 내내 엄벌을 요구했던 시민들은 탄식했다. 당시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기를 얼마나 더 잔인하게 죽여야만 무기징역이나 사형이 나오느냐"며 "한 개인의 잘못된 행동을 사회적 책임으로 돌린다면 엄벌할 사람이 없다"고 기자회견에서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납득할 수 없으며, 우려되는 판결이란 목소리가 다수 나왔다.
검찰 '항고', 대법원 재판이 마지막…엄벌 요구하는 靑 청원에, 시위에, 챌린지까지
정인이 엄마·아빠들은 양모 장씨와 양부 안씨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게 하겠다며, 다시금 힘을 모아 목소릴 내고 있다.
정인이 재판에 대한 '대법원 파기환송 챌린지'가 SNS 등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파기환송'이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판하게 하는 것이다. 대법원이 파기환송할 경우, 2심 판결문이 파기되고 다시 재판해 판결을 내려야 한다.
이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는 A씨는 "몰랐을 땐 정인이를 구하지 못했지만, 알고 난 뒤엔 정인이를 두 번 죽게 만들 수 없다"며 "우리는 정인이를 포기할 수가 없다"고 했다.
정인이 재판 2심 선고에 반발하며, 대법원이 파기환송할 것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602575). 청원 마감은 12월 29일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정인이를 잊지 말아달라고, 정인이 엄마·아빠들은 간곡히 당부했다. 두 아이 엄마인 신모씨(35)는 "가장 중요한 재판이 남았는데, 시간이 길어져 사람들 마음에서 정인이가 잊혀질까 두렵다. 마지막까지 피를 토하는 심경으로 목소릴 높여서, 정인이 양부 양모가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