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 백신피해자 유족 "정부, 부작용 책임 외면하면서 부스터샷"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황예림 기자 2021.12.05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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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접종 후 사망 1289건 중 2건만 인과성 인정..."정부 책임 외면하는데 부스터샷 어떻게 맞나"

'코로나19백신 피해자가족협의회'에 속한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피해자와 가족들은 4일 저녁 7시쯤 청와대 부근에 모여 백신 안전성 재검토와 백신 부작용 심의 결과 진상규명 등을 촉구했다./사진제공=코로나19백신 피해자가족협의회'코로나19백신 피해자가족협의회'에 속한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피해자와 가족들은 4일 저녁 7시쯤 청와대 부근에 모여 백신 안전성 재검토와 백신 부작용 심의 결과 진상규명 등을 촉구했다./사진제공=코로나19백신 피해자가족협의회


위드코로나 돌입 후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자 정부는 해법으로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부스터샷)을 서두르지만 일각에서는 1, 2차 접종자들이 겪은 이상반응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겪은 피해자와 그 가족이 모인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는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앞에서 "정부가 백신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고통받는 피해자들을 외면한다"며 3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달 20일 국회 앞에서 '백신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식'을 연 후로 매주 한번씩 집회를 벌여 왔다. 이날도 피해 유족은 독립문 앞 집회를 마친 뒤 30분 거리 행진을 해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정부가 1, 2차 백신 접종자들이 신고한 이상반응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나머지 국민도 정부를 믿고 3차 백신을 맞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두경 코백회 회장은 "정부가 이상반응 피해자들을 외면하면서 국민들에게는 부스터샷을 권하는 모습을 보고 할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아픈 기색 없이 저녁 드셨던 아버지, 다음날 세상 떠나…접종 9일만"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을 겪은 피해자와 가족 30여명은 지난 4일 오후 4시쯤 코로나19피해자가족협의회가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앞에서 주최한 3차 촛불집회에 동참했다. /사진=황예림 기자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을 겪은 피해자와 가족 30여명은 지난 4일 오후 4시쯤 코로나19피해자가족협의회가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앞에서 주최한 3차 촛불집회에 동참했다. /사진=황예림 기자
벌써 세번째 집회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할 얘기가 많았다. 오후 4시쯤 시작된 촛불집회는 2시간 동안 이어졌다. 피해자 30여명은 집회가 열린 독립문 앞 공터에서 앞다퉈 마이크를 잡고 평소 건강했던 가족을 떠나보낸 심경을 밝혔다. 피해자들이 울음을 삼키면 공터에 정적이 흘렀고 이따금 코 훌쩍이는 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울려퍼졌다.



67살 아버지를 지난 8월에 떠나보낸 오지은씨는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들고 집회에 나섰다. 별다른 질병 없이 건강했던 아버지는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지 9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숨을 거두기 전날 밤 오씨가 끓인 꽃게탕과 요플레를 뚝딱 해치운 아버지는 다음날 아침 오씨가 아무리 흔들어도 깨어나지 않았다. 오씨는 "1997년 외환위기 때 아버지는 금붙이를 모아 나라를 도왔다. 그런데 백신을 맞고 쓰러진 그를 정부는 모른 채 했고 간병비와 치료비, 장례비를 대출까지 받아가며 자비로 감당했다"며 "백신 부작용이 생기면 책임지겠다던 정부는 어디로 갔나"라 물었다.

오지은씨는 지난 4일 오후 5시쯤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9일 뒤 숨진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들고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가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앞 광장에서 주최한 촛불집회에 참여했다./사진=황예림 기자오지은씨는 지난 4일 오후 5시쯤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9일 뒤 숨진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들고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가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앞 광장에서 주최한 촛불집회에 참여했다./사진=황예림 기자
공모씨는 지난 8월 25살 아들을 떠나보냈다. 화이자 접종을 받은 지 3일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공씨는 "키 180cm, 몸무게 95kg, 태권도 4단이던 아들이 백신을 맞고 갑자기 죽었지만 질병청은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신체 부검 결과 '사인 불명'이라는데 그럼 내 아들은 어떻게 죽었느냐"라고 했다.

이밖에도 백신으로 가족을 떠나보냈지만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사례가 쏟아졌다. 최영우씨는 지난 4월 AZ백신 1차 접종을 받은 모친이 원인 미상의 호흡 곤란 등을 겪다가 4개월만에 숨졌다. 홍은주씨도 지난 6월 AZ백신을 맞은 모친이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홍씨는 "백신 때문에 어머니의 인생은 시궁창에 떨어졌다"며 "가족이 백신을 맞고 숨지는데 어떻게 백신을 믿고 맞겠나"라고 말햇다.


백신접종 후 사망 1289건 중 2건만 인과성 인정..."부스터샷 어떻게 맞나"
4일 오후 5시쯤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앞에서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을 겪은 피해자와 가족들이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가 주최한 3차 촛불집회에 동참하고 있다./사진제공=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4일 오후 5시쯤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앞에서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을 겪은 피해자와 가족들이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가 주최한 3차 촛불집회에 동참하고 있다./사진제공=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된 지난 2월26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백신 접종 후 사망한 것으로 의심되는 신고는 917건이다. 다른 증상으로 신고됐다가 중증으로 악화해 사망한 372건을 더하면 사망자는 1289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중 백신 인과성을 인정받은 사례는 단 2건이다.

피해 유족들은 질병관리청이 인과성을 소극적으로 인정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의료진이 백신 부작용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는데 질병관리청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날(4일) 집회에 동참한 이모씨는 어머니가 지난 8월 AZ백신 2차 접종을 맞은 지 3일이 지나 심정지가 와 결국 숨졌다. 의료진은 "백신 접종에 의한 부작용"이라며 소견서를 쓰고 질병관리청에 직접 신고도 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인과성 인정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질병관리청이 '인과성 없다'는 판단을 남발하는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피해 유족들은 정부가 부스터샷(3차 접종)을 권고하기 전에 백신 이상반응에 책임지는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두경 회장은 "어떤 피해자는 백신 1차 접종을 받은 후 사지마비가 와 9개월 동안 수시로 응급실에 다닌다"며 "이런 사례가 쌓여가는데 어떻게 3차 접종을 권한다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피해 유족들은 이날 △팬더믹 특별법 제정 △지자체별 백신 이상반응 전담 콜센터 신설 △지자체별 공공 의료기관 지정△백신 안정성 재검토와 피해보상 전문 위원회 위원 공개 △백신 부작용 심의 결과 진상규명 △피해보상 심의에 피해자 가족 입회 보장 등을 촉구했다.

김 회장은 "특별법을 만들어 백신과 인과성이 명백히 부정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피해자를 구제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질병관리청의 안일한 인과성 평가 때문에 충격받아 피해자 유족이 세상을 등질 우려도 있다"며 "유족을 향한 심리 치료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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