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대신 귀에 꽂는다…볼륨 키우는 오디오북[빅트렌드]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21.12.08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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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대신 귀에 꽂는다…볼륨 키우는 오디오북[빅트렌드]


책장 대신 귀에 꽂는다…볼륨 키우는 오디오북[빅트렌드]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넷플릭스·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분야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장시간의 모바일·PC 스크린 노출로 인한 일명 '시각 피로화(Visual Fatigue)'를 호소하는 이용자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눈을 잠시 쉬게 해주면서도 정서적 안정에 도움을 주는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커진다. 특히 코로나19로 도서관이나 서점을 가는 것이 부담스러워진 독서광들에게는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오디오북'이 각광받고 있다.



6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오디오북 시장은 지난해 32억6000만달러(약 3조8500억원)에서 2027년에는 149억9000만달러(약 17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24.4%에 달하는 성장률이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가 앵커(Anchor)와 김릿(Gimlet)을 인수하며 오디오북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선 △리디북스 △밀리의서재 △윌라 △스토리텔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리디북스는 TTS(Text to Speech)를 통해 전자책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업력이 14년차에 달하는 만큼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 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1조5000억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밀리의서재는 콘텐츠 판매형 플랫폼인 리디북스와 달리 구독형 서비스를 통해 전자책 시장을 공략 중이다. 오디오북(TTS)으로 들으면서 텍스트도 같이 볼 수 있도록 했다. 구글플레이에서 '2021 올해의 베스트 앱'에 선정됐다.

지난 9월 KT 그룹의 지니뮤직에 인수된 밀리의서재는 대규모 전자책·오디오북 구독자 확보에 집중하는 한편, KT 그룹사와 계열사 전반에 걸친 협업을 통해 도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미디어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글로벌 오디오북 기업 스토리텔이 영국 포터모어 출판사와 협업한 '해리포터' 시리즈 한국어판 오디오북을 조경아 성우가 낭독하고 있다. /사진=스토리텔 제공 글로벌 오디오북 기업 스토리텔이 영국 포터모어 출판사와 협업한 '해리포터' 시리즈 한국어판 오디오북을 조경아 성우가 낭독하고 있다. /사진=스토리텔 제공
윌라는 다른 플랫폼들과 달리 철저히 오디오북 시장만을 겨냥했다. TTS 기능의 인공지능(AI) 음성이 아닌 전문 성우가 직접 녹음한 오디오를 사용한다. 소설 내용에 맞춰 삽입되는 BGM은 몰입도를 한층 더한다.

지난 5월 강남 사옥 이전과 함께 7월에는 사옥 지하에 신규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신사 쪽에 마련된 첫 번째 스튜디오의 3배 규모다. 2곳의 스튜디오를 통해 20개의 녹음실과 2개의 강의실을 확보했다. 고품질 콘텐츠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다는 목표다.

해외 오디오북 플랫폼의 한국 시장 진출도 관전 포인트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오디오북 스트리밍 기업 스토리텔은 2019년 한국지사를 설립한데 이어 국내 최초로 해리포터 시리즈의 한국어판 오디오북을 지난달 출시했다.

내년 5월까지 비밀의 방, 아즈카반의 죄수, 불의 잔, 불사조 기사단, 혼혈왕자, 죽음의 성물 등 국내에서만 1500만부가 팔린 슈퍼 IP 해리포터 시리즈를 매달 한 편씩 공개하며 한국 이용자들의 유입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박세령 스토리텔 한국 지사장은 "오디오북이 아직 대세가 되지 못한 것은 킬러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라며 "국내 오디오북 시장은 초창기에서 과도기로 넘어가는 중이다. 넷플릭스나 유튜브와 달리 긴 호흡으로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산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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