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당시 일본 백화점들은 2009년 매출이 전년 대비 10% 줄며 12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지만, 한국 백화점들은 매년 평균 두자릿수 이상 고성장세를 이루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었다. 현재까지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일본 백화점은 지난해 전국 백화점 매출 4조2204억엔(약 43조5558억)을 기록해 1975년의 4조6510억엔(47조9997억원) 이후 4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낸 반면, 한국 백화점 매출은 고공행진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일본 중산층의 몰락이 지목된다. 일본은 1970년대 경제성장과 더불어 인구 1억명 전체가 중산층이라는 '1억총중류' 의식이 팽배했는데 이는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때까지 통용됐다. 하지만 이후 일본이 장기 경제침체에 들어서면서 이 의식은 붕괴됐다. 중산층의 소득이 그대로 멈췄기 때문이다. 일본의 평균 임금은 3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 평균 연간 소득은 424만엔(4422만원)으로 30년 전보다 18만엔(187만원) 증가했다. 유럽, 미국, 한국이 급속 성장한 것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자연히 중산층의 소비도 줄어들었다. 일본에선 '미니멀리즘' 등으로 소비하지 않는 게 미덕이란 의식이 퍼졌다.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백화점들은 실적 악화의 길을 걷게 됐다. 지역 거점 백화점이나 민간철도 회사가 운영하며 역사나 터미널에 지어진 백화점들의 경우 매출 감소가 더욱 심각했다. 호소야 토시유키 이세탄미츠코시홀딩스 사장은 현지 매체에 "역 앞 주요 위치에 자리하며 많은 대중을 고객으로 타깃하는 백화점이 예전엔 매출이 잘 나왔다"면서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10년전 한국 백화점을 방문했던 일본 '비즈니스모델 조사단'은 한국이 VIP 고객을 특별히 대우하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 백화점은 일찍이 대중 타깃이 아닌 VIP 고객층을 공략하며 VIP 라운지, 멤버십 혜택 등을 강화했다. 뒤늦게 일본 백화점도 VIP에 주목한다. 호소야 사장은 후쿠오카 이와타야 미츠코시 백화점에 연간 300만엔(3130만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을 위한 VIP룸을 설치했다. 요시모토 다츠야 J.프론트 리테일링 사장도 "일반 고객의 소비는 부진해지고 있고, 부유한 고객의 객단가는 점점 높아진다"며 VIP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J.프론트 리테일링의 백화점 회원 분석에 따르면 연간 10만엔(104만원) 이하 구매 고객 객단가는 매년 감소하고 있으나, 연간 100만엔(1040만원) 이상 구매 고객 단가는 매년 높아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시민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오는 26일 정식 개점하는 '더현대 서울'은 전체 영업면적이 8만9천100㎡(약 2만7천평)로 서울에 있는 백화점 중 최대 규모다. 이 백화점의 콘셉은 '자연친화형 미래 백화점'으로 전체 영업면적 가운데 49%가 실내 조경과 고객 휴식 공간 등으로 구성됐다. 2021.2.24/뉴스1
하지만 최근 일본 백화점들도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단 생각에 대대적 리노베이션에 나서고 있다. 체험형·휴식형 공간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마쓰자카야 백화점 시즈오카점은 2018년 연매출 214억엔(2230억원)에서 2020년 149억엔(1550억원)으로 감소하자 본관에 아쿠아리움 등 체험형 공간을 넣기 위해 지난 11월 총 17억엔(177억원) 규모의 리노베이션에 들어갔다. 나고야 메이테츠백화점도 지난 9월 대대적 리노베이션에 들어갔다. 2030년까지 공사를 진행한다. 다카사키 히로키 메이테츠 사장은 "리노베이션이 끝나면 이전 대비 연매출이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