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분유의 배신?…아토피·분수토 수십명, 식약처 검사는 '적합'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오진영 기자 2021.12.02 06:40
글자크기
A회사가 판매하는 6월 8일자 분유를 먹은 신생아 3명에게서 아토피가 나타난 모습. 배모씨(40) 아기는 약 74일간 문제 분유를 먹고 아토피(가장 오른쪽 사진) 진단을 받았다./사진 = 제보자 제공A회사가 판매하는 6월 8일자 분유를 먹은 신생아 3명에게서 아토피가 나타난 모습. 배모씨(40) 아기는 약 74일간 문제 분유를 먹고 아토피(가장 오른쪽 사진) 진단을 받았다./사진 = 제보자 제공


일반 분유보다 1만원 이상 비싼 '프리미엄' 분유를 먹은 일부 신생아들이 아토피나 장염 등 이상 증세를 보이면서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만 30명도 넘는 신생아가 이상증세를 호소했으며 응급실로 이송된 신생아까지 나오는 등 피해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분유를 판매한 회사는 식약처 검사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희망 고객은 모두 환불해 주겠다고 밝혔다.

프리미엄 분유 먹고 탈난 신생아들…"안전한 제품이지만 희망하면 환불" 조기 진화 나선 업체
A사는 지난달 26일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6월 8일 제조 분유의 환불 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고 공지했다./사진=회사 홈페이지 캡처A사는 지난달 26일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6월 8일 제조 분유의 환불 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고 공지했다./사진=회사 홈페이지 캡처
2일 신생아의 부모 배모씨(40)와 정모씨(30), 신모씨(39)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8일 제조된 A회사 분유를 먹은 신생아들에게서 아토피·장염·구토·설사 등 공통적인 증상이 나타났다. A사의 분유는 통상적으로 판매되는 일반 분유보다 1만원 이상 고가로, 현재까지 이상 증세를 호소한 신생아는 서른명이 넘는다.



배씨는 태어난지 54일 된 아기에게 지난달 초부터 약 74일간 이 분유를 먹였다. 배씨의 아이는 지난달 20일 병원에서 아토피 진단을 받았다. 배씨는 "제조일자가 6월 8일로 된 분유를 먹이고 나서 아기 골반과 이마 등에 두드러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며 "분유를 9통 사놨는데 아토피 진단을 받고 바로 딴 분유로 갈아타자 증상이 잠잠해졌다"고 말했다.

정씨도 비슷한 시기 문제를 경험했다. 6월 8일 제조된 분유를 먹인 뒤 곧바로 160일 된 아기가 토를 하고 지린내 나는 변을 봤다. 정씨는 "생전 토하는 일이 없어 분유 문제라고 생각해 찾아보니 인터넷에서 몇몇 엄마들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고 있었다"며 "개중에는 로타 장염에 걸려 응급실에 갔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A사는 해당 분유에 대한 논란이 일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해외 제조사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지난달 초 문제 분유의 품질 검사를 받았다. 문제 분유에서 입자의 몽글거림 현상은 발견됐으나 식약처는 지난달 30일 품질 검사에서 해당 분유에 '적합' 판정을 내렸다.

회사는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손해를 감안하고서라도 적극적인 환불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6월 8일 제조 분유에 대해선 몽글거림 현상을 고지하고 판매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관계자는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했지만 아토피·장염 등 이상 증상과 문제 분유 간 인과관계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실제 문제 제기한 이들은 극히 일부지만 원하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환불 조치를 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회사의 해명에도 일부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안을 호소한다. 정씨는 "식약처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 이상 증상에 대해 문의했을 때도 회사는 '괜찮으니 안심해도 먹여도 된다'는 소리를 했다"고 말했다. 배씨 역시 "회사는 조유(분유를 조제하는 것) 방법의 문제라고 하는데 그렇다기엔 같은 증상을 보인 신생아가 수십 명"이라고 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