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죽이는 대신 '단백질'억제했더니...세포에 벌어진 '마법'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2021.11.30 16:56
글자크기

국내 연구진 암치료 새지평
악성 유방암 세포, 치료 가능한 세포로 변환
KAIST 연구진 암 유발 단백질 2개까지 발굴
BCL11A, HDAC1/2 단백질 억제했더니 호전

악성 유방으로 분류되는 '삼중음성 유방암'을 치료하려면 기존에는 항암제를 투여했지만, KAIST 연구진은 암세포를 사멸시키지 않고 치료 가능한 세포로 되돌리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사진=KAIST악성 유방으로 분류되는 '삼중음성 유방암'을 치료하려면 기존에는 항암제를 투여했지만, KAIST 연구진은 암세포를 사멸시키지 않고 치료 가능한 세포로 되돌리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사진=KAIST


국내 연구진이 암세포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기존 암 치료는 암세포를 정밀 타격하는 항암제를 투여하는 고전적 방식이었다. 그러나 항암제는 정상 세포까지 공격해 면역 체계를 뒤흔드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런 방식을 깨고 국내 연구진이 암세포를 사멸하지 않고, 치료 가능한 세포로 되돌린 것이다.

조광현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30일 악성 유방암에 존재하는 단백질 2개(BCL11A, HDAC1/2)를 발굴했다. 연구팀이 유전자 네트워크를 분석해 단백질 2개를 조절한 결과, 치료 가능한 세포로 되돌아갔다. BCL11A 단백질을 조절한 연구 결과는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유방암은 악성으로 분류되는 '삼중음성 유방암'과 치료가 가능한 '루미날-A 유방암' 등으로 분류된다. 삼중음성 유방암을 치료하려면 항암 치료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 치료는 암세포는 물론 정상 세포까지 사멸해 면역 체계가 붕괴되고, 약에 대한 내성을 갖는 한계를 지녔다.

KAIST 연구팀은 시스템 생물학 연구 기법으로 유방암을 유발하는 단백질 BCL11A, HDAC1/2을 발견했다. 시스템 생물학이란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한 생명현상을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수학 모델링, 실험으로 접근하는 학문이다.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분자세포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삼중음성 유방암을 유발하는 단백질 BCL11A와 HDAC1/2을 발굴했고, 이 단백질을 억제하자 치료 가능한 루미날-A 유방암 세포로 변환됐다.

암세포가 치료 가능한 세포로 되돌아간 만큼, 암 치료에 새로운 지평이 열린 것이다. 특히 암세포의 성질을 되돌리거나 변환하는 접근은 이전에 없던 방식이다. 이 치료 전략이 임상에서 실현된다면 현재 항암치료의 부작용과 내성 발생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광현 KAIST 교수는 "그동안 유방암 중 가장 악성인 삼중음성 유방암은 독성이 강하고 큰 부작용을 일으키는 화학 항암치료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며 "암세포를 치료 가능한 세포로 되돌려 유방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는 악성 암세포를 직접 없애려고 하지 않고 치료가 수월한 세포 상태로 되돌리는 신개념 항암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암학회(AACR)에서 출간하는 국제학술지 '암 연구'(Cancer Research)에 30일 자 논문으로 출판됐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