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호식 경영 이어받는 신동원..농심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1.11.2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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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원 농심 회장/사진제공=농심신동원 농심 회장/사진제공=농심


식품기업 농심의 신동원 회장이 24년만에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 창업주 고(故) 신춘호 농심 회장이 회장 승진 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뒤 굵직한 업무만 도맡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창업주가 회장 승진 후 자녀의 경영수업을 시작한 것과 같은 패턴이어서 3세의 경영수업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농심에 따르면 신 회장은 다음달 1일자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 이병학 생산부문장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 대표이사를 맡는다. 이전까지 신 회장과 공동 대표이사였던 박준 부회장과 이 부사장이 공동 대표이사가 되는 것이다. 신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는 것은 1997년 이후 24년만이다. 그동안 신 회장은 아버지인 신춘호 회장을 보좌하면서 회사의 실질적인 경영을 주도해왔다.



앞서 신춘호 회장은 농심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5년여간 유지한 바 있다. 1992년 신춘호 회장은 사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이상윤 부회장에 경영을 맡겼다. 이 전 부회장은 신춘호 회장의 경영철학 '한우물 정신'을 바탕으로 역할을 잘 수행해 아직도 농심가와 가깝게 지낸다. 지난 3월 신춘호 회장이 별세하자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이도 이 전 부회장이다. 1997년 신동원 회장이 농심 국제담당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전문경영인 체제가 마무리됐다.

이번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은 당시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 회장 승진 시점과 전환 시점이 비슷해서다. 신 회장은 선친이 작고한 뒤인 7월1일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뒤 5개월만에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회장으로 승진하면 경영전면에 나서지 않는 기업 풍토가 이어진 셈이다.



장남의 승진도 관심이다. 이날 신 회장의 장남 신상열 부장이 상무로 승진하면서 처음으로 임원이 됐다. 신춘호 회장이 1992년 회장에 오른지 2년만에 신 회장이 농심 전무로 이름을 올린 것과 비슷한 패턴이다.

다른 점은 신 회장이 임원에 오르기까지 15년이 걸린 반면 3세는 3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턴기간을 포함해도 6년만이다. 신 상무는 1993년생으로 미국 콜롬비아대를 졸업하고 2015년 인턴을 거쳐 2019년 대리로 농심에 입사했다. 신 상무에게는 누나가 2명 있지만 농심의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경영권을 넘겨받을 전망이다.

신 상무의 경영수업도 관심이다. 신 상무는 그동안 경영기획팀에서 예산과 기획 업무를 챙겼다. 이번 인사로 구매담당을 책임진다. 농심 생산제품 상당수가 원재료 수급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어서 구매담당의 책임이 무거운 편이다. 농심의 후계구도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신 상무는 신춘호 회장으로부터 농심 주식 20만주를 상속받아 3.29%를 보유하고 있고, 농심홀딩스 지분 1.41%도 갖고 있다.


농심 측은 신 회장이 일상적인 문서업무에서 벗어나 미래 신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농심 관계자는 "신 회장이 40년 가까이 회사 전 분야에서 일을 도맡아왔기 때문에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며 "일상적 업무는 전문경영인에 맡기고 신사업에 보다 매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상열 농심 상무/사진제공=농심신상열 농심 상무/사진제공=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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